새누리당 콩가루 만든 국회법 파동..실익없는 정쟁만 난무
시발점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 해결이 유일한 돌파구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청권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몰아부치면서 정국이 얼어붙었다. 본질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았다는 지적이 많다. 시행령이 모법인 법률에 위반하면 고치는 것이 당연한데, 박 대통령은 왜 이렇게 강한 반감을 나타낼까?
사실 시행령·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위임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 강화는 미국 독일 영국 등 의회주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논의다. 국내 헌법 및 행정법 학계에서도 범람하는 행정입법에 대해 헌법상 유일한 입법권자인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도 자신의 헌법학 저서에서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회법 파동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이 발단이 됐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했는데, 유족들과 4·16 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시행령이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직원 절반 가량을 직업 공무원으로 채우도록 강제하는 등 특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 월권적인 내용을 규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지난달 28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동의해주는 대신 시행령에 대해 수정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타협의 조건으로 내걸었고 새누리당도 이에 동의했다.
박 대통령은 강력히 반발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권과 사법권을 동시에 침해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나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해 원하는 결론을 얻으면 될 일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는 박 대통령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격노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국회법 개정이 세월호 참사 당일의 이른바 '사라진 7시간' 등에 대한 조사를 의식한 정치공세이고, 유승민 원내대표가 야당의 이런 정략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진상조사위의 직원 정원 △사무처 조직권한 △공무원 파견 등 에서 모법인 세월호특별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게 사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사위원회 의사와 관계 없이 각 부처 공무원을 조사위원회에 강제로 파견하도록 한 시행령 내용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시행령은 '(직원의 일부를) 공무원으로 충원해야 한다'고 의무화하면서, 어느 부처에서 몇 명의 공무원을 차출할 것인지까지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법인 세월호특별법에서는 '조사위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공무원의 파견근무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시행령 규정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시행령은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옛 해경) 간부들도 차출하도록 했는데, 이들 부처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잠재적 조사대상이다. 시행령은 진상규명의 핵심역할을 맡은 조사1과장에 검찰수사서기관을 임명하도록 못박았다. 유족측은 '국내 검찰의 정치적 성향에 미루어 사실상 민감한 의혹에 대한 규명은 불가능해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일반론을 역설할 뿐 문제의 뿌리인 세월호법시행령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며 "하지만 세월호법시행령의 모법 침해 논란은 세월호조사위가 본격 가동하게 되면 언제든 되살아날 불씨다. 언제든 제2의 국회법 파동이 재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법시행령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