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일 제일모직 주가 장중 추이/자료=이베스트증권
24~25일 삼성물산 장중 주가 추이/자료=이베스트증권
[메트로신문 조한진 기자] '이재용 삼성'을 위한 화룡점정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풍전등화다. 합병 주주총회에 앞서 주요 변수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합병에 대한 찬반 결정 원칙이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시장의 반감까지 확산되면서 삼성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SK-SKC&C 합병에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건 모두 지배구조 이슈가 걸려있는 데다 합병비율을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4일 SK C&C- SK 합병에 반대하면서 재벌 계열사 간 합병안에 대한 찬반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거나 총수의 지배권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어느 일방 회사의 주주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런 원칙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그대로 적용하면 역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의 이사진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주주가치를 충실히 고려했다면, 주가가 연중 최저점 근처에 있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8 수준인 시점에서 타 기업과 합병을 결정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당시 합병회사인 제일모직의 주가는 순자산가치 대비 3~4배 고평가된 시점이었다.
합병비율 자체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정됐다 하더라도 합병시점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삼성물산 이사들이 주주가치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국민연금으로서는 합병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걸 SK 건에서 스스로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합병은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의 확실한 우호지분은 KCC를 포함해 19.95%에 불과하다. 일부 국내 기관투자자가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30%를 확보하기도 버거울 수 있다.
7월초 ISS(기관투자자서비스) 보고서까지 부정적으로 나오면 외국투자자들은 상당수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주주총회 참석률을 70%로 가정하면 삼성은 최소 47%의 찬성지분이 필요하다. 반면 엘리엇은 지분 23%를 확보하면 합병 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SK 합병 건에서 반대 입장을 낸 것은 삼성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훼손'이란 명분을 삼성 건에서 번복하기는 힘들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건에서도 주주 가치 보호에 무게를 두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도 삼성을 옥죄고 있다. 24일 오후 2시 께 국민연금이 SK C&C- SK 합병에 반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물산 주가는 급등했고 제일모직 주가는 반대로 급락했다.
두 회사의 이런 주가 움직임은 삼성 합병에 대한 시장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이번 합병안이 '시너지 효과'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데 이미 암묵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저항도 공기업인 국민연금으로서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물산소액주주연대는 "주주의 재산권 침해가 명백한 합병에 국민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찬성해서는 안된다"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