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의 가장 큰 성수기는 바로 여름 시장인 7월과 8월이다. 한국과 할리우드 할 것 없이 대작들이 앞 다퉈 개봉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소규모의 영화들은 개봉하기가 힘들다. 6월에 유난히 많은 영화들이 몰리는 이유다.
올해 6월에는 무려 80여 편이 극장가에 걸렸거나 걸릴 예정이다. 지난 4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피해 개봉일을 연기했던 작품들이 치열한 여름 시장을 앞두고 대거 개봉했다. 스타 배우가 나오거나 인기 시리즈의 속편이라는 이유로 일찌감치 대중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완성도를 갖췄음에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한 작품이 있다.
그중에서도 한 편의 영화에 대해서는 꼭 이야기하고 싶다. 25일 개봉하는 '소수의견'이다.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제작 초기에 용산 철거민 참사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 사건이 바탕이 됐지만 영화는 허구의 이야기로 재개발 문제, 나아가 사법계의 어두운 단면에 직격탄을 날린다. 서대문구 아현동 철거촌으로 무대를 바꾼 영화는 철거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의 16세 아들과 의경이 동시에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법적 공방을 다룬다.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 이경영, 장광, 김의성, 권해효 등 인기 배우와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영화는 2년 전인 2013년 6월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당초 2014년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는 그러나 개봉일이 무작정 미뤄지면서 여러 말이 나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원작자인 손아람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급사 CJ E&M이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개봉을 1년 동안 연기해온 영화 '소수의견'을 결국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제작사 하리마오픽쳐스와 CJ E&M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으로 논란을 무마시켰으나 그럼에도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영화는 CJ E&M이 아닌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으로 25일 극장에 걸린다. 지난 18일 언론시사회에서 첫 공개된 영화는 법정 드라마라는 장르적 재미는 물론 한국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주제 의식을 고루 갖춘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극중에서 국가의 편에 서 있는 홍재덕 검사는 "국가는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 위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진실이다. 한국 사법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가 만들어진지 2년 만에 개봉한다. 그것은 어쩌면 그만큼 한국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방증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