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백아란기자]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사고뭉치로 전락했다.
올해만 다섯차례 카드복제사고가 발생한데다 운영수입보다 운영비가 더 많이 들어가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ATM 수를 점차 축소하고 있지만 고객의 편의 측면에서 일정 부분 유지할 수 밖에 없어 '계륵'이라는 평가다.
◆ 금융사고·수익성 하락 VS 고객편의…'계륵' 신세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말과 6월 초 신한은행 무인점포 두 곳에서는 고객 카드정보 270여건이 유출됐다.
범인들은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주말 아침 자동화 코너의 ATM 카드 투입구에 셀로판테이프처럼 붙이는 형태의 카드 정보 복제기를 설치했다.
복제기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원래 카드 투입구와 비슷했으며 범인들은 복제된 카드정보를 활용해 대만 등에서 약 770만원을 인출했다.
은행측은 부정거래방지시스템(FDS)을 통해 피해 카드의 사용을 중지시켰지만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기업은행과 3월 수협은행, 4월 우리은행 ATM투입구에서 카드복제기가 부착된 것이 발견된 바 있다.
ATM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은행권에서는 재발방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동시에 기기 수를 축소하는 추세다.
기계구입비와 CCTV 등 관련장비 설치비, 관리 용역비, 유지보수비 등 전체 관리비용이 수수료 수입보다 많아 통상 한 대를 운영하는데 연간 160여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견이다.
올해 4월 기준 국민·신한·하나·외환·우리·농협 등 시중 6개 은행의 ATM 3만6325개로 1년전보다 963개 감소했다.
반면 국민과 신한·우리·하나·외환·SC·씨티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출금·송금 수수료 수입은 전년대비 2.7% 오른 2165억원에 달했다.
결국 수수료 수입은 올랐지만 전체 수익성을 따져봤을 때 손해라는 계산이다.
◆ 공적·비용최소화 관점 필요…"ATM 사용시 유의"
다만 ATM이 비대면채널 거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를 무조건 축소할 경우 고객의 편의도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매년 수조원의 순이익과 수천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두면서도 이익창출을 위해 ATM·CD기 수를 줄이는 시중은행들의 태도는 지적받을 수 밖에 없다"며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사실상 공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만큼, ATM·CD기 이용은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자동화코너를 공동으로 투자·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자동화기기 사업은 수익을 위한 사업모델이라기 보다 고객에게 금융서비를 전달하는 채널 중 하나"라며 "수익극대화가 아닌 비용 최소화에 초점을 두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동화코너를 공동으로 투자하고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으로 운영할 경우 높은 비용 시너지효과뿐만 아니라 고객의 접근성이 제고되는 긍정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소액 휴면계좌에 대한 ATM 입출금한도를 종전 6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또 300만원 이상 이체한 경우 이체 후 30분간 현금인출을 늦춰 금융사기를 막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를 ATM에 투입하기 전 별도의 부착물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대출사기를 당했을 때는 즉시 경찰서나 금감원 콜센터(국번없이 ☎1332)로 신고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추가 피해예방을 위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