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삼성서울병원 환자들… 병원 옮기려는 조짐 일어
[메트로신문 김서이 기자]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의 여파로 병원을 부분 폐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로 했던 환자들이 병원을 옮기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병원들은 기본적으로 병원을 옮기려는 삼성서울병원 환자를 막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르스 관련 여부 등을 파악해 환자를 선별적으로 받을 계획이어서 일부 의료 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15일 서울의 한 강남권 대형 병원에 따르면 전날 삼성서울병원이 신규 외래·입원 환자를 한시적으로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병원을 옮기려는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재진 진료가 예약된 환자는 모두 5300여명이다. 전체 1950병상 가운데 830병상이 입원으로 찬 상태이며, 재진 외래 예약자는 4400여명, 신규 예약자는 100여명 등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들 가운데 중증질환자이거나 항암치료자 등 반드시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에 대해서는 예약 일정을 변경하거나 병원을 옮기도록 하고 있다.
예약을 변경해 진료받으려는 환자들도 있지만,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병원을 아예 옮기려는 환자도 적지 않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실제로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인근 대형병원에는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 발표 직후부터 삼성서울병원 입원환자 이송이 가능한지를 묻는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
인근 대형 병원들은 기본적으로 삼성서울병원 출신 환자에 대해 진료 거부를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날 회의를 열어 삼성서울병원 출신 환자의 메르스 감염 여부뿐 아니라 단순 방문객이었는지, 직접 진료를 받았는지 등에 따른 기준을 세우고 환자를 선별해 받기로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환자들의 안전"이라며 "삼성서울병원 환자는 격리 치료가 원칙이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수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출입구마다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방문객의 체온을 검사하고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병원 밖에 설치한 '메르스 안내 데스크'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해 이상 없음이 확인되면 어깨에 스티커를 붙여 표시한 뒤 병원으로 들여보냈다.
가톨릭 서울성모병원도 오는 삼성서울병원 출신 환자를 막지 않을 계획이다. 이 병원 역시 내원객을 상대로 입구에서부터 거친 병원이 어디인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꼭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도 메르스가 거쳤던 병원의 명단을 전부 가지고 있지만, 환자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메르스 관련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다른 격리 병원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 이후에도 평소대로 진료와 예약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환자라고 해도 진료를 거부하거나 환자를 선별해 받지는 않겠다는 게 이 병원 방침이다. 하지만 평소에도 일일 예약이 꽉 차 있었던 만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환자가 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고 예약을 한다고 하더라도 며칠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병원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