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가 웰라 인수시 벌인 주총 표대결과 소송전 보아 이번에도 장기전 가능성
소송전략, 국내외로 다양해
[메트로신문 이정경기자] 삼성물산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영참여 선언 이후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국내외 소송전 등 분쟁이 장기전으로 전망되면서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일대비 10.29% 상승하며 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4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분 매입·합병 반대 발표 이후 이틀 연속 급등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전일대비 10.32% 뛰었고 5일에도 9.50% 상승했다. 8일에는 장중 8만400원까지 급등하다 공매도와 차익실현 매물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7.36% 하락했고, 9일에는 3.55% 떨어졌다.
이러한 변동성은 엘리엇이 차익을 챙겨 떠나기 전까지 혹은 소송전으로 번져 모든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지난 2003년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할 때 엘리엇이 법적 분쟁을 벌여 주가에 영향을 줬다. 당시에도 엘리엇은 P&G가 제시한 웰라의 주식 가치가 부당하다며 소액주주의 대우를 문제삼았다. 결국 1여년간의 주총 표 대결과 소송전을 벌여 주가를 12%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앞서 엘리엇 측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했다는 공시와 더불어 불합리한 합병비율을 이유로 들어 반대입장을 밝혔고, 보유주식을 현물로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쳐 주주가치를 높여줄 것을 삼성물산에 요구하는가 하면 삼성물산 주주들을 상대로는 합병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엘리엇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소송을 접수하기도 했다. 지난 이력으로 보아 주총에서의 표대결과 소송전으로 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엘리엇의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주주총회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도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위해 우호지분을 끌어모을 수가 있고, 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되더라도 법원에 합병무효 확인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본거지인 미국이나 삼성물산 주식예탁증서 (DR)이 상장된 영국에서도 소송전을 벌일 수 있다. 나아가 한미자유무역협정 (FTA)에서 보장하고 있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 (ISD)도 불사할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 측이 문제삼은 합병 비율 산정에 있어 유럽과 미국에서는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소송에서 승소할지 알 수 없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 강세는 이러한 엘리엇 시나리오에 거는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합병이 무산된다면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중심에 있기 때문에 합병 비율이 재산정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경영권은 곧 삼성전자 지배를 의미한다"며 "삼성물산은 합병 무산시에도 합병 비율 재산정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양측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데다 중간배당과 합병비율 재산정 등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투자 심리가 꿈틀거리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