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탐구적 색깔 유지하며 대중 곁으로
장애인 위한 음악캠프 진행 가장 원해
늘 피아노 연습…연주 활동은 계속할 것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다 바치는 음악인이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 대표 겸 예술감독인 김지현(47) 씨다.
1988년 7월 '서울튜티앙상블'로 시작한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는 지난 27년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57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특유의 앙상블로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던 중 2002년부터 교향곡, 협주곡까지 다채로운 연주를 위해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로 확대했다. 2005~2008년 국내 최초로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고, 모차르트 '포스트 세레나데'를 한국 초연하면서 전문가 집단에서 인정받는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연주단체로 입지를 굳혔다. 이는 김 대표의 어머니인 피아니스트 이옥희(73) 여사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음악에 대한 어머니의 열정은 감히 제가 비교 할 수 없어요. 한번 무대에서 선보인 곡은 다시 연주하려고 하지 않으셨죠. 클래식 음악인들은 알겠지만, 한 곡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요. 고희를 훌쩍 넘기신 지금도 어머니는 새로운 곡을 배우고 연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세요."
김 대표가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는 다양한 무대로 대중에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하고 있다. 2012년부터 농어촌희망재단과 함께한 '찾아가는 순회사업', 6년간 매월 첫째주 수요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休(휴)-콘서트 시리즈', 2012년부터 서대문문화회관 상주단체로 펼치고 있는 '마티네 콘서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김 대표는 장애인, 환우, 다문화 가정, 탈북자 등 문화소외 계층에 관심이 많다. 클래식을 통한 사회공헌을 항상 고민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긴다. 정기적으로 신촌 세브란스 소아암 병동을 찾아 이들을 위해 연주하고 치료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중이다. 또 클래식을 배우고 싶은 장애인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무대에 설 기회도 제공한다.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이달 서울 전역 14곳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열린 음악의 날' 행사도 진두지휘 했다. 아쉽게도 '열린 음악의 날' 행사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연기됐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조심해서 다가서려 하는데 전 그렇게 하지 않아요. 일반인과 똑같이 대우하죠. 피아노를 가르칠 때도 잘못하면 야단을 쳐요.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들이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을 때면 정말 행복해요. 소아암 병동을 방문해서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죠. 의사들로부터 아이들의 병세가 호전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이 나요."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지현.
김 대표는 앞으로 어머니가 지켜오던 정통 클래식의 학구적이고 탐구적인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의 본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수요와 공급이 공생하지 않는 클래식은 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로서 연주 활동도 활발히 할 것이다. 오는 10월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의 58회 정기연주회 때 협연한다.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협연 무대로 모차르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 어머니, 성남시립교향악단 수석 첼리스트인 동생 김정현(45)과 함께 조만간 가족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많은 일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음악을 배우고 싶은 장애인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음악캠프를 주최하는 겁니다.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이 모여 배우는 그런거요. 많은 단체가 문화소외 계층이나 장애인들을 위해 예술 전파 활동을 하고 있지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행동이라 느낄 때가 참 많았어요. 장애인에게 무조건 '잘한다' '훌륭하다' '감동적이다'라고 칭찬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현실을 가르쳐야 하죠. 가정형편 때문에 음악교육을 미룬 아이들에게는 음악에 대한 꿈도 키워줄 수 있구요.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