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유가하락·정세불안에 메르스까지…중동에 대한 '고민'
[메트로신문 김형석기자]중동이 발원지로 의심되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의 공포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표된 이후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환자는 30명이다. 방역 당국이 격리·관찰하고 있는 대상자도 연일 배가량 늘어 1312명에 달하고 있다.
메르스의 공포가 확산되자 일부 지역의 어린이집과 학교가 휴학을 했고, 치료약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일부 백식 관련주가 두 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해외 건설공사 70% 이상이 메르스 발병 근원지인 중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공사장에서 집단으로 메르스에 감염될 경우 공사자체가 지연될 수도 있다. 혹여나 현지에서 감염된 후 국내에 들어올 수도 있다.
업체별로 예방수칙과 대응지침을 하달하고 있지만 확진판정을 받아도 쓸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라스 타누라 대형 프로젝트(20억 달러 규모)의 재입찰을 잠정 중단했다. 카타르 석유공사도 65억 달러 규모의 알카라나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60억 달러 규모의 교량·터널 사업인 도하 샤크 크로싱 프로젝트도 1년 뒤로 늦춰졌다.
이슬람국가(IS)로 인한 정세불안도 겹치면서 국내 기업의 올해 중동 수주액은 지난해의 3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 해외 담당자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발주처인 중동이지만 끊임없이 리스크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00년대 후반부터 지난 2013년까지 중동발 리스크로 상당수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었다.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도 발생했고 파산하는 기업도 여럿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중동을 버릴 수도 없다.
지난해 중동에서 수주한 액수는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313억 달러다. 최근 공종과 지역 다변화로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의 수주도 늘고 있지만 중동에 비하면 규모는 매우 작다.
한중FTA를 통해 중국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지만 현지의 높은 규제와 세계적인 중국건설사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도 쉽지 않다.
한 건설사 해외 담당자는 "30년 넘게 중동시장을 공략하면서 수주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에 혜택을 받은 것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때문에 중동 의존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지 리스크를 감당해야만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중동 수주를 지속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건설이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킨 주요 사업임에는 논의의 여지가 없다. 또 중동 수주가 이에 큰 보탬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문에 발생한 의존성을 깨지 못하면 앞으로 더 나아가기는 힘들다. 이번 사태가 당국과 업계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