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안일함이 키운 메르스 공포감…증시 '출렁'
여행·항공·카지노株 '울상' 백신·마스크株 '활짝'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국내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감이 확산됨에 따라 관련주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여행과 항공, 카지노 등 관광산업 주가를 끌어내리는데 반해 백신 개발업체와 마스크 생산업체 주가는 급상승하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의 메르스 확진 환자는 1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감염 우려자로 격리된 사람은 총 682명에 이른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일일 상황 브리핑에서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해 격리된 사람은 715명이고 이중 33명은 잠복기가 지나 격리 해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인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등의 특정 기관 실명을 거론한 유언비어, '메르스 치사율 90%, 걸리면 1주일 안에 사망' 등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작 보건당국의 안일하고 무능한 대응이 국민 불안과 공포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혼선이 거듭되는 양상이다.
메르스 감염 확진 환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증시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백신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메르스 예방에 도움이 되는 마스크, 손세정제 등 관련 소품 기업이 수혜주였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백신과 마스크 등 관련주는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상한가 전체 종목 중 절반 이상을 이들 종목이 차지할 정도였다.
마스크 관련주 조아제약은 전 거래일 대비 14.98%(680원) 오른 5220원을 기록했다. 또 다른 업체 케이엠도 14.90%(870원) 상승한 6710원에 장을 마쳤다. 오공(14.84%)과 웰크론(4.33%) 등도 상승 마감했다.
백신주도 큰 폭 올랐다. 제일바이오는 14.97%(880원) 오른 6760원을 기록했고 파루(14.83%), 바이오니아(14.98%), 이-글 벳(14.99%) 등도 일제히 상한가를 쳤다.
코스피시장에서도 메르스 백신 관련주는 호황을 이어갔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전일대비 14.91%(1230원) 상승한 9480원을, 진원생명과학은 14.74%(2550원) 오른 1만9850원을 기록했다. 슈넬생명과학과 진양제약도 각각 14.90%씩 상승했다.
반면 여행, 항공, 카지노주는 된서리를 맞았다. 메르스 여파에 국내 여행객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증시에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22%, 0.3% 상승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는 7~8%대의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GKL은 전일보다 4.58% 내린 3만9600원에 장을 마쳤고 롯데관광개발(-4.83%), 강원랜드(-1.49%), 호텔신라(-0.84%), 파라다이스(-0.81%)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은 각각 4.93%, 3.96%씩 밀렸고 저가항공을 자회사로 둔 티웨이홀딩스(-4.89%)와 AK홀딩스(-3.26%), 예림당(-4.61%) 등도 큰 폭 떨어졌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사람이 많은 곳을 기피하는 소비자의 경향이 여행사업자나 상영관 운영업자 등 일부 기업의 단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이 과거 사례(SARS, 중국AI 등)와 다르고 최근 들어 매년 발생하는 글로벌 전염병 발생 사례를 완전하게 일회성으로 치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장의 고민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양 연구원은 "다만 2013년 중국 AI 발생 당시 이틀 간 평균 8% 하락한 레저업종 주가가 이후 9% 상승하며 일주일 만에 회복했고, 2003년 SARS 발생 시 떨어진 하나투어·강원랜드·파라다이스·호텔신라 등 4개 기업은 3개월 안에 주가를 회복했다"며 "주가 약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