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0대 소녀 성희롱범 무죄"…피해자 배려는 어디로
[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10대 소녀를 성희롱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경찰에서 한 진술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법원이 나이 어린 피해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법리에만 의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모(32)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2013년 7월 윤씨는 집에 가던 중학생 A양을 발견하고 집 앞까지 따라갔다.
윤씨는 A양의 집 앞에서 자신의 바지 속에 손을 넣고 성기를 만지며 "너희 집 알았으니 다음에 또 보자"고 말했다. 당시 윤씨는 2013년 5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고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진 윤씨에게 1심 법원은 징역 6개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윤씨가 집행유예 기간 동종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이 고려됐다.
앞서 1심에서는 A양에게 수차례 증인 출석을 부탁했지만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하자, 피해자의 나이와 피해 내용 등을 고려할 때 법정 진술을 위해 구인절차까지 거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형소법 제314조에 따르면 진술조서는 작성자가 법정에서 자신이 작성했다고 진술해야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망이나 질병, 소재불명 등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을 할 수 없으면 예외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2심은 구인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소법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려면 진술자가 사망 혹은 기억상실 상태이거나, 법정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아 구인을 명했으나 끝내 구인이 집행되지 않은 경우 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날 김보람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나이 어린 피해자의 법정 증언으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법원이 법조문만 지나치게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