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향글 논란' 일부 판사들 "법원통신망 없애야"
"사법불신" VS "표현 자유"
[메트로신문 유선준 기자]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정치적 성향의 글들이 올라와 사법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코트넷을 없애야 한다는 일부 판사들의 강경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동부지법, 서울서부지법 등 서울 법원과 재경 법원의 일부 판사들이 판사의 사견을 어느 수위까지 이해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 중이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코트넷에 판사의 사견을 올리는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트넷이 판사와 법원 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이지만 판사가 글을 올리면 법원 가족 수천명에게 동시에 노출돼 금방 외부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급진적인 판사들은 사견을 내비치는 것 자체가 한쪽 잣대에 치우치지 말아야 하는 판사의 직분에 걸맞지 않는다며 코트넷을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관윤리강령 4조5항은 '법관은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A부장판사는 "판사들이 계속 민감한 내용을 담은 사견을 밝히면 국민은 '판사들도 한쪽의 잣대로 판결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런 의혹을 없애기 위해선 문제가 돼왔던 코트넷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부 B부장판사도 "생사여탈권을 쥔 판사들은 사견을 함부로 밝히단 한쪽에 치우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법원이 되려면 불신의 씨앗인 코트넷을 폐지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코트넷에서 판사의 사견은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전지법 민사부 C판사는 "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사견을 표현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법정 안에선 엄정한 잣대로 판결하고, 법정 밖에서만 사견을 표현한다면 문제될게 있냐"고 반문했다.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판사들은 개선 방안을 대법원 측에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정영진(57·사법연수원 14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와 박노수(49·31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문수생(48·26기) 인천지법 부천지원 부장판사는 박상옥(59·11기) 대법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코트넷에 잇달아 올렸다.
정 부장판사는 "검사로서 권력의 외압을 떨쳐내고 법과 양심에 따라 사건 처리를 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 후보자에게 사법권 독립 수호 의지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