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비밀장부' 정말 없나…'삽질'한 검찰 속내
[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성완종 리스트'의 핵심 증거가 될 '비밀장부'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에 난항에 빠졌다.
28일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금품제공 내역을 기록한 비밀장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특수팀 출범 이후 40여일간 수사력을 비밀장부 찾기에 집중했지만 확실한 실체를 찾지 못해 좌초에 빠진 셈이다. 검찰은 홍준표(61) 경남도지사와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리스트 6인방을 기소할 만한 보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비밀장부 여부에 관심을 곤두세워 왔다.
이로 인해 검찰이 리스트 수사 뿐만 아니라 불법정치자금 수사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검찰은 리스트 파문 초기부터 정치권과 언론은 성 전 회장이 숨겨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장부 행방에 집중했다. 불법정치 자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황에서 비자금의 용처가 기록된 비밀장부가 발견된다면 검찰로서는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외 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비밀장부가 존재한다면 리스트에 등장한 8인 외에 훨씬 더 많은 유력인사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면서 정치권 전반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명확한 수사 단서마저 고갈된 상황에서 비밀장부 없이 리스트 속 8인이 모두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확실히 처벌받을 결정적 단서가 없는 상황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그동안 법조계 안팎으로 성 전 회장의 이른바 비밀장부가 존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2일 새벽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이자 첫 참고인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긴급체포했다. 또 수행비서 이용기(43)씨를 같은날 오후 소환했다. 이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성 전 회장을 보좌한 뒤 함께 국회에 입성해 성 전 회장의 수석보좌관으로 수행했다. 당시 검찰은 두 사람을 따로 조사하며 성 전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과 비밀장부 존재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밀장부 포함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들 변호인 측은 지난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숨긴 자료는 정치권 로비 의혹과 무관하다"며 비밀장부의 존재를 부인했다. 따라서 비밀장부 확보를 위해 '별건 수사' 논란을 일으키며 성 전 회장 측근들을 구속한 검찰은 큰 암초를 만나게 됐다.
이날 한 법조계 관계자는 "메모지에 이름만 적혀 있는 인물 중 검찰이 이들의 계좌 추적을 해 성 전 회장이나 경남기업 관련자들에게 받은 입금 정황이 있다면 이를 새로운 증거로 채택해 새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객관적으로 혐의를 입증하려면 비밀장부와 같이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 검찰의 수사 의지 또한 없어 보인다. 오로지 메모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계자는 "증거는 엄격히 따져야 한다"며 "개인적 의견으로는 검찰이 이번 리스트 파문에 대해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두 명 정도로만 마무리 할 것으로 예측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돈을 받았는지 여부가 쪽지 하나와 전달자의 진술, 간접증언 밖에 없기 떄문에 돈을 주고받았는지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