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법원이 아내가 10년간 성관계를 거부했어도 남편이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김용석 부장판사)는 A(45)씨가 아내 B(43)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두 사람은 1999년 결혼식을 올리고 살다 2002년 아이(현재 중학교 1학년)를 낳았다.
그러나 B씨가 임신한 2001년 말부터 부부관계가 뜸하다 출산 뒤에는 아예 관계를 갖지 않았다.
A씨는 B씨가 대화 도중 갑자기 화를 내거나 시댁과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는 상황 등에 불만을 느꼈지만, 성격상 대화로 이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충돌을 피하면서 마음속으로 불만을 쌓아왔다.
B씨 역시 A씨가 바쁘다는 이유로 늦게 집에 들어오고 무심하게 대하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별 내색 없이 부부생활을 지속했다.
그러다 두 사람은 2009년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몸싸움까지 벌이게 돼 각방을 썼다. B씨는 남편 A씨의 월급으로 생활비를 쓰면서도 식사와 빨래, 청소 등은 각자 해결했다.
이런 상태로 3년을 지내다 2012년 A씨는 B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결국 2013년 A씨는 가출해 별거 상태로 지내다 B씨가 계속 이혼에 합의하지 않자 2013년 2월 이혼 소송을 냈다.
두 사람은 법원의 조정 명령에 따라 부부상담을 10회에 걸쳐 받았지만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A씨는 "아내가 10년간 부부관계를 거부했고 식사와 빨래도 나 스스로 해결했다. 아내의 무관심과 폭언, 폭행으로 비참함과 무기력함을 느꼈다"며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파탄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항소심도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소극적인 성격으로 피고에 대한 불만을 대화나 타협을 통해 적극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고 늦게 귀가하는 등 회피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부부관계가 악화된 책임은 서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일관되게 가정을 유지하고 싶고, 원고에 대한 사랑이 있음을 피력하면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점 등을 보면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