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낙태와 정관수술을 당한 한센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배상 판결에서 재차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김종원 부장판사)는 20일 강모씨 등 한센인 17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제 정관수술 피해자에게는 3000만원씩, 낙태피해자에게는 4000만원씩을 보상하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국가)는 사회적 차별·편견에 고통 받고 살아온 한센인들을 격리하고 자녀마저 두지 못하게 해 절망감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인간 본연 욕구와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법률상 근거 없이 제한해 원고들에게 죄의식과 수치심을 갖게 했다. 이는 반인권적·반인륜적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1937년 일제 강점기부터 해당 정부는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강제 정관수술을 해방 이후 폐지했다가 1948년부터 다시 소록도 내 부부 동거자들을 상대로 시행했다. 임신이 된 여성은 강제로 낙태를 시켰다.
이 제도는 1990년도까지 소록도를 비롯 인천 성혜원, 익산 소생원, 칠곡 애생원, 부산 용호농원, 안동 성좌원 등 내륙에 설치된 국립요양소와 정착촌에도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 박영립 변호사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소외된 한센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인정한 판결"이라며 "국가는 항소를 포기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 중 39명에 대해선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 위원회'가 이들을 강제낙태·정관수술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광주고법 순천지원과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 강제낙태·정관수술 피해 한센인들이 낸 다른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