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이 진행된 7일 오전 서정리역 일대는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사복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 대통령은 헬기로 이동했다던데, 주민들 불편을 겪게하면서까지 과잉 경호를 할 필요가 있나 모르겠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외곽까지 집중포화를 이루면서 평택지역에서 만난 주민은 이같이 표현했다. 이외에도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 행사 취재를 위해 서울 용산에서 출발하는 누리호를 이용해 7일 오전 8시 30분경 서정리역에 도착했다. 행사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곳이었지만 서정리역 일대에는 수십명의 사복경찰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반겨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날 삼성전자 기공식 행사로 인해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예상보다 컷다.
서정리역 인근에 위치한 식당 주인 박기명(가명)씨는 "오늘 기공식 행사에(대통령) 참석하는 것 때문에 사복 경찰들이 아침부터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어차피 헬기로 이동할 텐데 이렇게까지 강하게 통제할 필요가있냐"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전용 헬기를 이용해 행사장을 찾았다.
주변 상인 김나영(가명)씨는 "냉전시대도 아니고 적당히 경호하면 될 일을 호들갑을 떨고 하는 모습이 불편하기 짝이없다"며 "저런 모습을 보고 누가 집권당과 대통령을 지지하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경호원이 청와대서 내보냈는지 삼성측의 사설경호원인지 모르겠으나 여튼 주민들이 통행 등에 불편을 주면서 특정기업 공장기공식을 치르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서정리역에서 택시를 타고 기공식 장으로 가자고 말하자 택시기사는 "기공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서 경호 문제로 통행이 통제됐다"며 "가까운 거리인데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뒷편으로 돌아가도 허허벌판이고 빈차로 나와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 차량으로 6분가량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이날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결과 14분 가량 소요됐다.
경호원의 통제로 우여곡절 끝에 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 곳에서도 행사장까지 도보로 25분 가량 이동해야 했다.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던 시민을 세우고 검문하는 경호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노 대통령은 차를 탈 때 요인경호를 위한 경찰의 교통신호 조작을 삼가라는 지시도 내렸다. 당시 노 대통령은 "조금 일찍 서둘러 출발하면 되지 시민들 불편을 끼칠 필요가 없다"고 소박한 맘가짐을 내비친바 있다. 대중 목욕탕에 가면서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평택 고덕 국제화지구에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했고, 2017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평택=양성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