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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세상만사] 때늦은 반성과 사과문 의미 있을까

최치선 사회부장



출근길에 홍보대행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내츄럴엔도텍 김재수 대표이사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으니 기사에 반영해달라는 것이다.

사과문에는 "백수오 원료에 대해서는 입고 전 및 입고 후, 제품 생산 전 철저히 검사하여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왔으나, 이번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조사에서 해당 롯트에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되었다. 그간 원료의 재배, 수매 등 관리에서 만전을 기하고 있었으나 혼입된 결과에 대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는 반성과 함께 "창고에 보관중인 백수오 원료 28t뿐 아니라 모든 백수오 원료 전체를 소각·폐기하겠다...백수오 품질 관리를 위한 농가 실명제, 기존의 영농조합 계약 대신 재배 농가별 계약 체결, 3개 외부기관에서 유전자 분석 검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아울러 "지난해 계약 재배한 백수오가 약 150톤이며 이 중 약 70톤을 사용했다"며, "올해 농가와 계약한 백수오 물량 400t을 전량 책임지고 수매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3월26일·27일자 입고분을 포함한 해당 로트는 이미 식약처에서 반출 불가로 봉인돼 있어, 단 1개의 제품도 생산·유통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대표이사의 대국민사과는 용기있는 결단으로 볼 수 있겠으나 시기와 내용에 있어서 빛이 바랜 느낌이다. 특히, 한국소비자원의 주장에 끝까지 반박하며 소송까지 했던 상황에서 식약처 발표 후 그동안의 주장을 철회한 것은 궁지에 몰려 어쩔 수없이 손을 든 모양새다. 게다가 사과문에서조차 변명과 주장을 하고 있어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과연 대국민사과문이 검찰이나 소비자원 그리고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지 궁금하다.

나아가 이번 사태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면 지난 5년 동안 검사를 소홀히 한 식약처 역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공식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 책임자가 처벌 받게 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국민 304명이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을 당한 국가적 재난에도 정부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참사 14일째 방송을 통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지는 못했다.

정조이산어록에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 있는 말(馬)이 아닌 것을 가지고 진짜 말(馬)이 아님을 설명한다"는 것처럼 내츄럴엔도텍과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문 역시 시기를 놓치면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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