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65)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8인' 가운데 가장 먼저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현직 총리이자 법무부를 총괄하는 수장으로 사실상 수사에서 배재돼 왔다.
그러나 그가 사의 표명을 하면서 정황증거와 증인이 많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 총리의 소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선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이 홍 지사와 이 총리를 타깃으로 '꼬리자르기식' 수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 등에 따르면 리스트 8인 중 증거가 많은 홍 지사와 이 총리가 본격 수사 선상에 올랐다. 홍 지사는 비박(근혜)으로 분류되고, 사의 표명을 한 이 총리는 사실상 현 정권과의 고리를 끊어내며 부담감을 덜어낸 상태다. 특히 두 사람의 경우 정황 증거나 증인 등이 있어 수사 난관도 적은 상황이다.
특별수사팀에 따르면 홍 지사는 1억, 이 총리는 3천만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사실 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이 총리가 자신의 금품 수수 정황을 폭로한 운전기사와 성 전 회장 측 사람들에게 회유 및 입막음을 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여론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이 총리가 사의표명을 할 수밖에 없는 난관에 봉착했다는 의미다.
홍 지사도 첫 소환 대상에서 자유롭진 않다. 홍 지사는 줄곧 배달사고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돈 전달자인 윤모씨가 그 가능성을 차단다고 있다. 윤모씨가 돈 전달을 뒷받침할 또 다른 증언이나 물증을 내 놓는다면 홍 지사가 리스트 첫 사법처리 대상자가 되는 셈이다.
한편에선 수사팀이 공략이 수월한 홍 지사와 이 총리를 지렛대 삼아 대선자금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명을 첫 수사 대상으로 보지만 국한해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 전반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 확대를 시사했다. 야권도 불법 정치자금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수사 흐름이 현 정권이 아닌 정치권 전체로 번져 '물타기' 수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한편 경남기업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한 특별수사팀은 이날 오전 본사 3차 압수수색에 나서 일부 부서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회의록 등을 확보하고 건물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CCTV에 담긴 녹화기록 등의 자료를 압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