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 휴렛페커드(HP) 회장 칼리 피오리나(60)가 29일(현지시간) "내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90% 이상"이라고 밝혀 사실상 대선 출마가 거의 확정된 상태다. 아울러 그녀는 "현재 출마를 위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며 4월말 또는 5월초 공식 입장을 표명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로써 그녀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후 대선경쟁에 뛰어든 두 번째 여성이 됐다.

그녀는 이날 '폭스 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전 장관이 휴대 전화 두 대보다 한 대를 갖고 다니는 게 더 편하다고 언급한 사항에 대해 "과학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솔직하지 않고 성격적 결함이 많다"고 비판했다. 힐러리에 대한 따끔한 지적과 함께 그녀는 자신이 '경제·경영자들의 의사 결정 전략·관료주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음'을 언론에 어필했다. 아울러 그녀는 소규모나 가족 소유의 중소 기업 육성과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반면 피오리나가 공직 경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대선 출마 후보로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피오리나는 1998년부터 경제전문지 포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6년 연속 1위에 선정되며 'IT업계의 여제'로 활약했다. 하지만 2005년 HP와 컴팩의 합병 이후 실적 부진으로 전격 경질됐다. 2010년엔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이력이 있다.

한편 피오리나는 이날 인터뷰에서 3만명의 기업인들을 해고시켜 '무정한 백만장자'라는 평가를 받는 것에 관해 "기업이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며 "기업 운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