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A는 법무법인 대리인과 함께 검찰청에 갔다. 자신에게 배달된 강제집행예고장 대한 사정을 알아 보고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예고장을 담당하는 부서에 찾아가 문의를 했는데 답변대신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A씨는 강제집행예고가 벌금에 대한 납부기한이 지나면 지명수배에 따른 후속절차라는 설명을 듣고 유치장에 갇혔다. 법무 대리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검찰 직원에게 상황을 따지려다 되레 호통을 맞으며 문밖으로 쫓겨났다.
P는 새 차를 산 기념으로 부인과 함께 소문난 식당을 찾았다. 가게 앞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려는데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마침 도우미가 다가와 차를 맡기라는 안내를 따랐다. 한 시간 가량의 식사를 마치고 차를 찾았는데 범퍼와 문에 추돌 흔적이 발견됐다. 주차도우미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고, 식당 주인은 주차도우미는 가게와 별개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흔한 CCTV도 하나 없는 곳이었다. P는 삼천원의 발렛비용이나 내라는 주차도우미의 짜증에 할 말을 잃었다.
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K는 가족과 함께 열흘간의 해외여행에 나섰다. 3년 동안 일했던 직원에게 가게를 맡겼다. 겨울이 끝났다는 판단에 세일 판매를 지시했고, 직원이 경험치를 높이 사 상품별가격책정을 일임시켰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 오니 매장 안이 휑했다. 세일판매 효과가 있었나 싶어 은근한 기대로 장부를 들췄다. 상품은 대부분 팔렸으나 판매가격이 정상가격의 1/5 수준으로 기록돼 있었다. 못 팔아서 재고로 남기는 것보다 낫지 않냐는 직원의 항변에 대꾸를 못했다. 사흘 뒤 상품 대부분을 할인판매전문업자에게 뒷돈을 받고 싼 가격으로 넘긴 걸 알게 됐다.
모자가정의 H는 직장생활과 양육으로 쉴 틈이 없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생활을 살피는 건 고사하고, 아침 밥을 먹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H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아들을 돌보기 위해서 학원 원장과 선생에게 출석과 수업태도에 대한 당부를 했다. 6개월쯤 후 아들이 학원을 제대로 다니지 않은 것을 알고 학원마다 전화를 걸었다. 통화한 원장과 선생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출석과 수업태도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리인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을 대신하는 사람'이다. 이 말은 최소한 대신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본인과 같다는 의미다. 우리는 누군가의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고, 누군가에게 대리인 역할을 시킨다. 대리인의 주인의식이 아쉽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