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 등 보고서 추가 인하 가능성 시사
내수·수출 부진 예상보다 심각해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낮춘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하 의견이 줄잇고 있다. 0.25% 인하가 경기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
IBK증권은 16일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신호를 분명히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2분기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금융그룹인 BNP파리바도 보고서를 통해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2일 금리인하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국내 경기가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존의 성장 기대에 부족한 만큼 다음달 회의에서 GDP 성장률 전망 및 인플레이션 전망을 낮출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추가 금리인하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예상보다 심각한 내수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2%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담배값 인상 부분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수준이다. 광공업 생산의 경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전망' 지수는 지난 2월 87로 6개월 전보다 13% 하락했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가 2.5~3.5%인 점을 감안하면 디플레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리 0.25% 인하로는 내수부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수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내수출하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3.70%를 나타낸 이후 가장 최근 통계치인 1월까지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출하지수란 기업들이 자체 생산한 제품을 국내 회사, 기관, 단체, 개인소비자 등에 판매하는 활동의 단기 추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증가율이 전년보다 감소했다는 것은 경기 침체로 그만큼 내수 판매가 부진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곧바로 추가 금리인하는 이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 시기가 다고오고 있고 대출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다가온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고 4월 수정 경제전망치의 경우도 외부에서 추가로 충격이 주어지지 않는 한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3월 금통위 결과 2명의 반대의견이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3월 금리인하는 박빙의 상황에서 어렵게 결정됐다"며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채권시장은 이번이 마지막 금리인하였기를 바라는 한은과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간의 대립구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