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활성화와 각국 기준금리 인하 영향
가계대출 급증과 올 하반기 연준 정책금리 인상 등 불안요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첫 연 1%대에 진입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세계 각국이 추진 중인 통화완화 행렬에 동참, 국내 경기 활성화가 목표지만 실효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0%에서 1.75%로 낮췄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8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 내린 후 5개월 만이다.
한은은 금리 인하 배경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세 둔화와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꼽았다.
최근 중국, 인도, 덴마크, 폴란드, 인도네시아, 호주, 터키, 캐나다, 태국 등이 기준금리 인하로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췄다.이 때문에 한은은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상승 수출기업의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도 기준금리 추가하락을 부추겼다. ECB는 지난 9일부터 월평균 600억 유로(약 72조2238억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실시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살아나지 않는 내수경제 활성화도 금리 인하의 주 요인이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2% 상승에 그쳤다. 담배값 인상 부분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수준이다. 광공업 생산의 경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전망' 지수는 지난 2월 87로 6개월 전보다 13%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가 국내 경기 회복에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1년새 68조원이 늘어났다.
가계부채는 부동산비수기인 올 2월에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3조7000억원 늘어 월간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주택대출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로 4조2000억원 폭증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되면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3%대 초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돼 가계대출 규모는 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풀린 돈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몰려 전세가와 집값만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올해 중후반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개시 등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연준이 출구전략을 본격화해 내외 금리차 확대되면 자본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