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수사 100일…'곁가지 수사' 비판
정관계 로비 의혹 아직 못밝혀…군피아 등 비리구조 척결해야
지난해 11월 21일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검사)이 규모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 100일 동안 23명을 기소한 것을 놓고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검찰 안팎과 정치권에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출범이후 정옥근(63) 전 해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총 23명(구속 16명, 불구속 7명)을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현재 수사 중인 대상은 34명이다. 6건의 방산비리 수사를 통해 1981억원에 달하는 '비리'를 밝혀내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주변의 평가는 싸늘하다. 특히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지난 3일 "합수단은 검사 16명을 포함, 100명의 인력을 투입하며 의욕적으로 출범했지만 100일이 되도록 성과는 미진하다"며 "합수단의 수사가 방산비리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채 '납품 비리'라는 곁가지만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합수단은 대검찰청 반부패부 산하 반부패특별수사본부 소속으로 4개팀을 가동하고 1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 각 팀에는 군 검찰관, 국방부,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파견된 인력이 배치돼 수사를 지원한다. 검찰은 합수단과 별도로 정부합동감사단에 검사를 파견,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수사의 효율성을 높히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합수단은 사각지대가 많은 군 특성상 군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방산비리의 핵심인 정관계 로비 의혹 또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각에서 합수단이 이명박정부 당시 무인헬기도입사업권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합수단이 이에 대해 실제로 진행중인 사건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내사가 진행됐는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합수단은 그 동안 손대지 못했던 군 내부의 구조적,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를 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합수단이 입찰이나 계약같은 절차상의 문제에 치중하기 보다는 본질적 유착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요구다. 합수부 출범 때부터 김진태 검찰총장이 강조했던 내용이다.
이와 관련,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과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각종 방산비리 사건의 로비 의혹을 한계없이 수사해야만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두 사람은 최근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와 있다.
민·관유착형 '군피아' 범행 역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군피아'란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퇴직 군인이 무기체계 도입 관련 기밀을 유출하거나 군수품 납품 등을 알선하고 대가성 금품을 받는 커넥션 비리를 의미한다.
1993년 김영삼정부는 율곡사업비리 감사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율곡사업비리는 노태우정부의 군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과 관련하여 국방부장관과 장성들이 뇌물을 받은 사건이다. 군 수뇌부인 전직 국방부 장관들을 비롯해 청와대 관계자들도 법정에 세울 만큼 전방위적이고 깊이 있는 수사로 방산비리의 근본적인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결국 방산비리 수사는 군 내부의 구조적·본질적 문제를 밝히기위해 육·해·공군 등 전군에 걸쳐 무기 도입·군수품 조달 관련 사업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방위력 개선과 방위산업 육성 분야 비리, 군사기밀 유출 등을 파헤친다는 합수단의 계획이 차질없이 실행돼야 합수단의 출범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