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시장 최대 매물로 꼽히는 금호산업의 인수전이 개막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그룹 중에서는 신세계그룹 1곳만 인수 의지를 밝혔다.
25일 산업계와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호반건설을 비롯한 MBK파트너스, 자베즈파트너스, IMM, IBK펀드-케이스톤파트너스 등 6곳이 금호산업 LOI를 제출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삼성그룹(호텔신라), SK그룹, 롯데그룹, CJ그룹, 한국타이어, 애경그룹, 미래에셋증권 등은 LOI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 역시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향후 인수전에서 합종연횡할 가능성은 있다.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해 LOI를 낼 필요가 없다.
2014년 시공능력순위 20위의 금호산업이 올해 M&A시장 최대어로 평가 받는 데는 금호산업 뒤에 얽혀 있는 지분 관계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저가항공사 에어부산 지분 46.00%,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 하나를 가져오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필두로 한 항공화물 물류사업 ▲연매출 1100억원 규모 기내식 사업 ▲시내 면세점 운영권 ▲시공순위 20위의 건설사업 등 알짜 사업군을 모두 확보할 수 있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도 박 회장이다. 그는 채권단 보유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보고 1원이라도 더 많이 써내면 된다.
문제는 박삼구 회장의 자금력이다. 일단 매각될 지분 1895주의 가격이 25일 종가기준으로 5000억원에 달하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입찰가격이 1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박 회장은 대상그룹, 군인공제회 등 재무적 또는 전략적 투자자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임원회의에서 "외부에서 자금 부족을 우려하지만 금호산업 인수 자금은 충분히 마련됐다. 인수전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금력 기준 인수 후보 1순위는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기반이 항공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신세계가 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금호터미널로부터 20년간 5000억원에 장기 임대한 인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호남지역 기반의 중견건설사 호반건설도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본입찰은 실사 후 결정될 것 같다"며 "단독 입찰은 리스크가 큰 만큼, 건실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과 CS증권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투자자의 기본 자격 심사를 거쳐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입찰적격자를 선정하고 통보할 예정이다.
입찰적격자는 예비실사를 거쳐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하고, 매각주간사와 채권단은 4월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