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은 덤
인수전 결과에 재계 지형, 호남민심 촉각
올해 인수합병(M&A)시장 최대 매물로 꼽히는 금호산업의 인수전이 오는 25일 닻을 올린다. 아직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달린 만큼,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 결과에 따라 재계 지형도는 물론, 호남 민심까지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 57.48%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25일 마감한다. 이후 한 달간의 적격성 심사를 거쳐 이르면 5월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금호산업,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격
2014년 시공능력순위 20위의 금호산업이 올해 M&A시장 최대어로 평가 받는 데는 금호산업 뒤에 얽혀 있는 지분 관계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저가항공사 에어부산 지분 46.00%,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 하나를 가져오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필두로 한 항공화물 물류사업 ▲연매출 1100억원 규모 기내식 사업 ▲시내 면세점 운영권 ▲시공순위 20위의 건설사업 등 알짜 사업군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건설회사'가 아닌 '그룹' 전체가 매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보고 있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금호산업 인수에 실패할 경우 재계에서의 입지가 급속히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삼성·롯데부터 호반건설까지, 추측 난무
금호산업의 이런 위상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호반건설이 딜로이트안진과 LOI 제출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삼성과 롯데·신세계·CJ·신세계·애경그룹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삼성그룹(신라면세점)·롯데그룹(롯데면세점)·신세계그룹(신세계조선호텔면세점)은 기내면세점, CJ그룹(CJ프레시웨이)·신세계그룹(신세계푸드)은 기내식 등 식자재유통, CJ그룹(CJ대한통운)·롯데그룹(롯데로지스틱스)·애경그룹(제주항공)은 항공물류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유통회사들의 항공사업이 현실화되면 물류비 절감은 물론, 면세점 확보에도 유리하다"며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인수전에서 가장 유리한 후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보고 1원이라도 더 많은 값을 써내면 금호산업은 박 회장의 것이 된다.
최근 '한·일 우호 관광교류의 밤' 행사장을 찾은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 "시장에서 여러 얘기가 있는 것은 알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모든 게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박삼구 회장의 자금력이다. 17일 종가 기준 채권단 지분 가치만 약 5650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경우 인수가는 1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현재 박 회장이 동원 가능한 자금은 15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치열한 인수전,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인수전이 치열해질수록 승자의 저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몸값을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지만 벌써 5배 가까이 급등했다. 누가 금호산업을 인수하더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박삼구 회장의 막강한 정관계 영향력도 변수다. 최근 토러스증권은 "박 회장의 정관계 네트워크가 금호그룹 해체를 유예시켰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10년 넘게 전경련 회장단에서 활동했을 뿐 아니라, 혼맥을 통해 LG·대림·대상·동국제강그룹 등과 사돈관계로 연결돼 있다.
사실상 마지막 남은 호남 재벌이라는 상징성도 인수 후보들에게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금호산업이 박 회장이 아닌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호남 기업은 씨가 마르게 된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호남기업들에게 금호산업은 단순한 건설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결과에 따라 지역민들도 출렁일 수밖에 없는데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나친 인수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인수 의지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 박삼구 회장의 인수가 유력한 상황에서 괜히 몸값만 높일 필요가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의문시되고 있지만 박삼구 회장은 전략적 또는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서라도 반드시 금호산업을 인수할 것"이라며 "꼭 박 회장이 인수하지 않더라도 굳이 가격을 높여 자금에 발목이 잡힐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