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증세론에 선전포고
"(증세 없는 복지)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국회 연설로 촉발된 '증세 없는 복지' 비판을 정조준해 9일 "국민배신"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된다면 그것이 우리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며 "그것이 항상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여야 모두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한 것은 경제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문제와, 그것으로 인해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않고 우리가 경제도 살리고 정치도 더 잘해보자 하는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데 이를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기업이 투자의지가 없고 국민이 창업과 일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렇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시적으로 뭐가 되는 것 같아도 링거(수액)주사를 맞는 것과 같이 반짝하다가 마는 위험을 우리는 생각 안할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활성화를 통한 재정 확보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경제선순환론'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원내지도부까지 비박(비박근혜)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차지한 직후인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청와대에 반기를 들었다.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국민 기만 행위'라는 비판이었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여당 내에서 금기시돼 온 법인세를 두고 "법인세(인상)는 이제 성역이 아니다"고 말해 증세론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비판은 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선출로 더욱 고조됐다. 문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취임 일성으로 박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 낸다면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어 9일에는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국민배신" 발언은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일각에서는 여의도 정치권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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