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시장 수출 침체, 미국 시장에서는 위축 양상
미국 독일 일본 등 빅3 체제 강화될 듯
국내 자동차업계가 '저유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 등 산유국에서는 수출과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데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저유가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소외된 양상이다.
반면, 미국 업체는 저유가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자국의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자동차 시장이 미국과 독일, 일본업체 3강 체제로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강 체제가 공고화되면 국내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 미국시장에서 맥 못 추는 현대·기아차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유가로 자동차 수요가 살아나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소형 트럭에 대한 라인업 부족과 신차 부재 등으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1.1%와 3.5% 늘어나는데 그쳐 미국 시장의 평균 판매 증가율인 13.7%에 한참 뒤졌다.
기아차는 올 뉴 카니발을 앞세워 그나마 선전했지만, 현대차는 마땅한 신차가 없어 점유율을 내줬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의 미국시장 성장률을 0%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력 차종의 판매가 줄어드는 점이 문제다. 1월 현대차의 쏘나타 판매량은 1만2363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26% 늘었지만, 전달보다는 30%가량 줄었다.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도 하반기 신차 출시가 예정되면서 지난달 1만954대가 팔리는데 그쳐 작년 1월보다는 16%, 전달보다는 26% 각각 감소했다. 기름 값이 한참 떨어진 탓에 소형차와 중형차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어 당분간 이들 차종의 판매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가하락으로 친환경 차에 대한 수요도 줄고 있다.
미국 자동차전문지 워즈오토에 따르면 1월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3만1300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1700대로 작년 1월보다 20%가량 급감했다. 도요타는 1만8000대로 1% 감소하는데 그쳤다.
◇ 도요타·폴크스바겐·GM, '3강 체제' 강화될 듯
국내 자동차업체가 저유가 후폭풍에 시달리는 가운데 미국과 독일, 일본업체의 경쟁력은 강화돼 '3강 체제'가 공고히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업계 1위인 일본 도요타는 엔저라는 돛을 달고 순항 중이다. 독일의 폴크스바겐도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의 GM은 저유가로 체력을 다시 회복하며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계 5위인 현대·기아차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 국가별로 차이가 있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안정성과 연비 등 제품의 기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