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가로지르는 서울 반포대교를 건널 때면 씁쓸한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시설물이 하나 있다. 2011년 준공했지만 3년이 지난 지난해 10월에야 운영을 시작한 인공섬 '세빛둥둥섬'이다.
이 인공섬은 준공 당시 서울시장이 총면적 2만382㎡의 세계 최대 인공섬이라며 기대감을 한껏 치켜올렸지만, 정작 세빛둥둥섬이 아니라 아까운 세금만 축내는 '세금둥둥섬'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먼저 물리적 안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름마다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한국의 기후 특성상 강 위에 세빛둥둥섬처럼 거대한 구조물을 그대로 띄어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011년 세빛둥둥섬과 한강 둔치를 연결하는 고정식 다리를 만들었다가 철거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사업성도 걸림돌이 되었다. 운영을 맡은 업체가 세빛둥둥섬에 투자한 민간자본에 매달 10억8800만원, 연간 130억640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과연 그 정도의 사업성이 있는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장 큰 문제는 이미 감사원도 지적했듯 경제적인 타당성이 없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데 있었다. 당시 세빛둥둥섬 건설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말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도 짓기 전에는 반대 여론이 많았다고.
그러나 에펠탑은 19세기의 일이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선 것도 이미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그때의 의견수렴 구조와 지금의 그것이 같을 수도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또 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았던 점도 만국박람회 기념물이자 전파 송신 기능이 있는 에펠탑이나 오페라하우스와는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디자인 수도'라는 허울 속에 1390억원의 세금이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 됐고 또 다 지어놓고도 수년 동안 방치되었던 세빛둥둥섬…. 최근 '갈 곳을 잃고 표류한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며 '둥둥'을 떼어버리고 이름을 '세빛섬'이라 바꾸고 예식장 등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과연 그 동안 쏟아부은 예산을 매몰비용이라 생각하고 철거해버리자는 주장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