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은 우리에게 친숙한 본초다. 조상들은 팥으로 밥을 짓고 국수나 떡을 해먹었고, 한 해의 액운을 막아준다고 해서 해마다 겨울철이면 빠지지 않고 팥죽을 먹기도 했다. 요즈음에도 붕어빵·찹쌀떡·찐빵 등 겨울 간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고 있다.
예로부터 팥은 쌀이 주식인 우리에게 부족한 비타민 B1을 보충하는 역할을 했다. 각기병을 막아주는 영양소로 잘 알려진 비타민 B1은 피로 해소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이며 기억력 감퇴나 수면 장애에도 효과가 있다.
팥에는 사포닌,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이들 성분은 껍질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껍질째 먹는 것이 효과적인데, 세포의 손상을 회복시키고 혈액을 맑게 해준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나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장 및 혈관질환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 팥의 사포닌 성분은 세정 효과가 있기 때문에 팥 가루를 물에 충분히 갠 후 세안에 활용하면 깨끗한 클렌징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팥이 피부 속 독소와 노폐물 배출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염증 완화, 각질 제거 등에 도움이 된다.
특히 팥은 신장 기능을 도와 이뇨 작용을 한다. 소변을 잘 보지 못하거나 신장이 약해서 수분이 체내에 정체되고 몸이 잘 붓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 다만 팥은 찬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양인에게 적합하다. 음인의 부종에는 팥 대신 마늘이나 생강처럼 열을 내서 몸 안의 차고 습한 기운을 없애주는 본초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팥물이나 팥차를 다이어트용으로 장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몸이 차고 소화기가 약한 사람들은 삼가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팥은 장의 연동 운동을 도와 변비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해독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술로 인해 열이 오르는 것을 내려주고, 복통·구토·메스꺼움을 진정시켜서 컨디션을 빨리 회복할 수 있게 돕는다.
김소형 한의사(bonchotherap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