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조기총선에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하자 전 세계인의 눈길은 영국으로 쏠리고 있다. 5월로 예정된 영국 총선에서 재집권 가능성이 높은 보수당이 2017년까지 'EU(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시리자 "국가채무 절반 탕감하라"
AP·AFP 등 주요외신은 25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시리자가 득표율 36.5%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임 총리로 유력한 알렉시스 치프라스(40) 대표는 그리스의 국가채무가 지속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며 국제통화기금(IMF), 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대외채권단 '트로이카'에 채무탕감 등을 요구해 왔다.
특히 치프라스 대표는 "3200억 유로(약 390조원) 규모인 그리스 국가채무의 절반 정도를 탕감해야 한다"며 구제금융 재협상 의지를 거듭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채무탕감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U도 그리스의 채무를 조정한다면 이탈리아 등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다른 회원국이 연쇄적으로 탕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강경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2월 말까지 새 정부와 트로이카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거나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 시한을 연장하지 못하면 '우발적 그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U 지지율 8년 만에 22%P 급락
유로존에 속하지 않는 영국에서도 EU 탈퇴 여부가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EU 탈퇴를 강하게 주장하는 극우 성향 독립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승부수로 내세웠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결과에 따라 독립당과 연정 협상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총선이 예정된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핀란드, 에스토니아, 폴란드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국가에서는 유로화와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극우 극좌파 신생 정당들이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U에 대한 유럽인들의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EU 주요 회원국 10개국 조사 결과, 2007년 52%였던 EU 지지율이 현재는 30%대로 내려앉았다고 이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그리스를 시작으로 영국,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총선에서도 EU·유로존에 대한 '민중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