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스런 상황을 표현할 때 흔히 호떡집에 불난 것 같다고 말한다. 불이 나면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 그런데 왜 하필이면 호떡집을 대표로 꼽았는지 궁금하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거기까지 굴러온 데는 다 나름의 사연이 있는 것처럼 호떡집에 불났다는 표현이 생긴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호떡은 지금 우리의 대표적인 겨울철 간식이지만 사실은 중국에서 건너 온 음식이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약 100년 남짓으로 개화기 때 한반도로 건너온 중국인들이 처음 만들어 팔았다. 당시 호떡이 얼마나 인기가 높았는지 현재의 서울시청에 해당되는 경성부 재무당국 조사에서 엿볼 수 있다.
1924년의 경성에 설렁탕집은 대략 100여 곳이었던데 반해 호떡집은 150 곳에 이른다. 호떡집이 그만큼 번창했다는 것이지만 각도를 바꿔 보면 일제강점기에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상대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호떡집 주인을 보는 시선이 고울 수 없다.
또 하나, 1920~30년대 신문 사회면에는 호떡집 관련 기사가 많다. 사건사고를 다루는 사회면이니 내용이 부정적이다. 호떡집이 고리대금, 마약거래, 인신매매의 온상이다. 호떡집 화재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러니 호떡집 주인이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었을까?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쏼라쏼라(算了算了) 거리는 중국말이 시끄럽다고 한다. 원래는 "됐어. 충분해"라는 뜻으로 어감에 따라 다양하게 쓰인다. 하지만 의미를 모르면 언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인도 한국말이 시끄러워 후구리뚜구리 떠든다고 한다. 뜻이 통하지 않으면 어느 나라 말이건 상대편 귀에는 소음일 뿐이다.
삶의 터전인 호떡집에 불이 났으니 호떡집 주인은 중국어로 다급하게 외쳤겠지만 소통이 없었던 주변사람 귀에는 그저 소란스럽게만 들렸을 것이다. 호떡집에 불났다는 말에는 옛날 시대상황과 민족감정까지도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