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힐러리 스웽크)의 삶은 완벽했다. 피아니스트로 쌓아온 성공적인 커리어,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남편, 그리고 모두가 부러워할 근사한 집까지 무엇 하나 부족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완벽함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포장일 뿐이라는 사실을 케이트는 알지 못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루게릭병이 그 포장을 벗겨내기 전까지 말이다.
케이트가 완벽한 삶을 살았다면 벡(에미 로썸)은 부족함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왔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꿈이 있음에도 벡은 선뜻 그 꿈에 도전하지 못한 채 방황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다. 전혀 다른 방향의 삶을 살고 있던 케이트와 벡은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나면서 자신들이 발목을 옭아매고 있는 세상의 손길을 뿌리치고 진짜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영화 '유아 낫 유'에는 익숙한 설정들이 가득하다.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그런 주인공과 전혀 상반된 처지에 놓인 또 다른 인물, 그리고 이들의 교감을 통해 감동과 교훈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할리우드식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습들이다. 그럼에도 '유아 낫 유'는 현대인이라면 공감할 삶의 한 모습을 파고듦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움직인다.
벡이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안고 있음을 알게 된 케이트는 오래 전 자신을 좋아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을 위해 만든 노래를 집 앞 현관에서 부르며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추억 속 남자를 떠올리던 케이트는 그 남자야말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다고 말한다. 벡을 만나면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케이트와 그런 케이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들의 대비되는 모습은 자신의 진짜 모습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만을 고민하는 현대인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익숙한 기승전결의 형식을 지닌 영화는 두 배우의 열연으로 생기를 얻는다. 힐러리 스웽크는 서서히 몸이 마비되는 루게릭병 환자 역을 아름답게 소화해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주로 활약했던 에미 로썸의 안정적인 감정 연기도 인상적이다. "너는 네가 아니야." 영화 '유아 낫 유'의 제목은 두 주인공의 삶을 표현하는 말인 동시에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15세 이상 관람가. 1월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