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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설명할 수 없는 정체성



외식은 광복 이후 등장했다. 1960년대 자장면과 동의어였고, 1970년대 이후 경제발전의 기치 아래 노동의 보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1980년대부터 '서양 음식문화에 대한 소비'라는 지금의 개념에서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이후 국적을 가리지 않는 세계음식소비를 이끄는 문화코드로 자리매김 했다. 한 때는 경제적 여유를 드러내는 수단이었고, 지금은 감성과 생활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대명사가 됐다. 덕분에 '외식=특별한 식사'의 개념은 스러졌다. 물론 여전히 연인이나 가족 관계에서 외식은 일상과 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이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정식이 외식문화의 중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먹는 밥을 뭐 하러 비싼 돈 주고 사 먹니'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던 건 2000년대 시작과 동시였다. 그리고 시장에서 가장 짧은 시간 만에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많은 재료의 사용, 오랜 조리시간, 서비스의 불편함과 함께 너무 긴 식사 시간 탓에 낮은 회전율, 한식이라는 익숙함에 폄하되는 가치 하락 탓이었다. 한 마디로 손익을 맞춰야 하는 장사로서 너무 어려운 선택이었던 셈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최근 한식뷔페가 다시 인기를 얻는 건 의외다.

한식이 외식문화의 또 다른 중심이 되고 있는 건 반갑다. 재료의 맛과 영양을 최대한 살려내는, 색과 모양은 보기 좋고 몸에는 반드시 이로움을 주는, 그런 조리를 가진 한식의 가치가 새삼 인정받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식의 인기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있다. 반면 1년에 두 번 푸짐한 한식을 접했던 명절 차례에 대한 문화가 사라진데서 오는 대체 소비심리는 아쉽다. 1년 내내 집 안팎에서 소화시키는 음식에서 한식의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 역시 그렇다. 세계 곳곳에서는 한식을 소비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정작 우리는 한식을 외식으로 안착(?)시키는 것이니까.

1년 내내 김치를 먹지 않아도 되는, 청국장은 다이어트용 식품일 뿐인,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으면 맛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젊은 소비자가 많다. 한식뷔페가 외식문화로 인기를 얻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일상에서 가까이 두고 느끼고 누려야 하는 문화가 있다. 식문화는 특히 그렇다. 그것은 시대와 세대를 이어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체성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김장'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유기도 하다.

한식뷔페가 푸드트렌드의 리더가 되고 있으니, 부디 음식에 대한 선조의 지혜와 마음도 살아나 담겼으면 좋겠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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