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때 우리 가족이 엉망이었거든. 그래서 늘 외로웠어. 내 가족은 절대 그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밝고 즐거웠으면 했어."
어릴 적,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우리 가족은 왜 화목하지 못한 건지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도 우리 가족처럼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평온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갖은 상처와 균열을 지니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영화 '이별까지 7일'의 한 장면은 가족이 지닌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갑작스럽게 뇌종양 판정을 받은 어머니는 자신을 걱정해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에게 그 동안 말하지 않았던 진심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돈도 못 벌어오는 무능한 남편, 속을 알 수 없는 자식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던 어머니는 그럼에도 가족을 버릴 수 없었다고 말한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가족 사이에 숨겨진 깊은 갈등의 골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시이 유야 감독은 이를 비교적 덤덤한 시선으로 담는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시종일관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태도는 '이별까지 7일'이 지닌 가장 큰 힘이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극적인 사건을 마주한 가족의 이야기를 오롯이 바라봄으로써 이들이 살고 있는 일본 사회의 단면까지 예리하고 섬세하게 포착한다.
물론 이는 비단 일본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버블경제의 환희에 빠진 채 엄청난 부채를 만들어낸 세대와 그 거대한 빚을 짊어져야만 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들 가족이 처한 현실을 찬찬히 그려냄으로써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도 영화를 더욱 흡입력 있게 만든다.
영화는 이토록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한줄기 빛과도 같은 희망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가족을 사랑한다는 어머니의 말은 이토록 힘든 세상에서도 사람 사이의 믿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장남 코스케에게 선뜻 외근을 허락하는 직장 상사, 아침 TV에서 본 행운의 색의 옷을 입고 마지막 희망을 찾아 나서는 철없는 차남 슌페이, 그리고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선언까지.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의 작은 손길이 사회의 균열과 갈등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그렇게 작은 희망일지라도 그 속에 빛이 있음을 전하고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