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과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등 우려로 글로벌 증시에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일각에서 금 가격이 지난 3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은 금값 추가 하락에 베팅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물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므로 금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금 가격은 연초 반등하며 기대감을 불러모았다. 금 채굴업체인 뉴몬트마이닝은 5% 치솟으며 대형주 위주의 미 S&P500;지수 중 가장 고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금값 강세는 며칠 못 가 주춤한 상태다. 연초 금값 반등엔 그렉시트 등 유럽 지역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지만 그보다 강달러가 더 큰 영향을 발휘하면서 금값은 더 오르지 못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2월물 금값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2.20달러 하락한 1208.50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와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 수요는 금보다는 달러에 쏠려있다.
이 상황에서 금값을 지지하는 건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하리란 기대감이다.
실제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 2005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유로당 1.18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통화완화 예상을 미리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이 시중에 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란 기대감은 금 시장에도 긍정적인 재료다.
유럽 정책 효과를 이유로 금값 하락을 예상하는 대부분의 시장 의견에 반박해 '반등'에 힘을 싣는 전망도 나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금과 금 채굴업체 관련 펀드를 운용하는 에비 햄브로라는 펀드매니저는 "ECB가 수개월 안에 경기부양과 디플레 억제를 위해 양적완화를 단행하면 금값 반등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금 가격이 지난 3년간의 슬럼프에서 회복되면서 새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의 풍부해진 유동성에 디플레 공포가 높아지면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란 시각이다.
금값은 과거 2011년 여름 1900달러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가 최근 1200달러 부근으로 40% 가까이 주저앉은 상태다.
그는 또 금 자체에 투자하기보다 채굴업체나 소매업 등 관련주에 투자해 금값 상승과 더불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 시각은 올해도 금값이 부진을 면치 못하리라고 예상하는 편이다. 일각에서는 금 투자에 대해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격이라며 경고하기도 한다.
케임스캐피탈의 스테판 존스 CIO와 런던앤캐피탈의 이아인 테이트 펀드매니저는 "금 수요가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순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금을 보유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현재 시장은 인플레 우려보다는 디플레의 덫에 빠질 우려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 투자는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미국의 소비심리가 호조를 보이고 경제도 순항하는 점도 '달러 강세-금 약세'를 유지시키는 요인이다.
한편 수년 전 금 투자열풍과 함께 금 관련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금에 투자하는 펀드 10개의 최근 3년 수익률(8일 기준)은 적게는 20% 손실을 냈고 반토막난 펀드도 4개에 달한다.
다만 연초 후에는 10개 펀드 모두 최대 7%대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어 금값 반등 전망에 다소나마 기대를 갖게 한다.
금에 투자하려면 달러화가 아닌 엔화와 유로화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견해도 나왔다.
'가트먼 레터' 편집장인 데니스 가트먼은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것이므로 달러화 표시의 금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자국 통화팽창 정책을 펴는 유럽과 일본의 통화가치는 계속 낮게 유지될 것이므로 이들 화폐로 금을 사는 게 낫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