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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살아 있는 영혼의 힘



지난 성탄절 전야에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있는 파트너가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첨부된 파일을 여니 한 컷의 이미지와 한 줄의 메시지가 드러났다. " 앤, 로널드, 소피아, 나탈리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정장을 차려 입고 두 딸을 나란히 앉히고 있는 가족사진은 올해로 11번째였다. 그들의 크리스마스는 가족이고, 그들이 지인에게 전하는 인사는 가족애다. 스스로 갖는 책임 역시 가정이고, 그것이 한 해 삶에 대한 유종의 미다. 우린 누구에게 어떤 성탄절 인사를 건넸을까.

성탄절을 산사에서 보냈다. 몇 년 전 작고하신 어머니 기일이 25일에 닿아 아침 일찍 길을 나섰고, 두 시간 가량의 제사를 치렀고, 동생과 조카의 성탄 선물을 사서 귀가했다. 거실에 들어섰는데 누군가가 머물렀던 흔적이 역력했다. 유심히 둘러보다 흰 색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케이크는 냉장고에 있어. 맛은 보장 못해. ㅋㅋㅋ". 그제야 15살 아들이 아침부터 내내 혼자 분주했던 게 이해됐다. 아들 친구가 만들었다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보며 감탄했다. 제법 잘 구운 빵과 생크림이 그럴 듯 했다. 무엇보다 그 노력이 가상하고 기특했다.

크리스마스는 당일보다 전날이 더 중요하다. 24일 저녁부터 25일 새벽까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기쁜 성탄절이었는지, 우울한 휴일이었는지의 잣대가 되는 요즘이다. SNS에는 각자가 가진 인기를 증명하려는 이미지가 넘칠 정도다. 이 때문에 24일 초저녁 아나운서 후배의 방문을 받은 건 의외였다. 지나는 길에 잠시 인사하려고 들렀거니 했는데, 한 잔 두 잔 기울였던 소주 두 병이 비워지도록 자리를 지켰다.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자리에 흥미를 잃었다. 나 나이든 거야?" 나이가 들어서라기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뭔가를 깨달은 것이 아닐까.

생존이 화두였던 조부모님이 계셨고, 자본주의에 핍박 받았던 부모님이 계셨다. 집을 장만하는 일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고, 대학을 가는 것만이 살길이라 믿으셨다. 돈도, 학력도 의미 없다는 세대가 형성됐다. 너무나 많은 것이 쉽고 편리해진 시대가 됐다. 그래서일까. 아날로그적 사상을 넘어 인본주의적 사상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눈에 띄는 요즘이다.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는 관계를 위한 행위. 본능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우리다. 살아 있는 영혼의 힘을 가졌으니까.

2015년 당신의 영혼에 기대를 걸겠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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