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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물류/항공

재벌 2·3세 행보…'지탄'과 '귀감'

1997년으로 돌아간 대한항공 잘못된 위기대응 비난

'땅콩 리턴' 사태로 본 '노블리스 오블리제' 현주소

대한항공의 '땅콩 리턴' 사건이 진실공방 등 후폭풍을 몰고오며 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재벌 총수와 오너 일가의 대응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특히 시청자들의 과거 향수를 자극하며 뜨거운 반응을 몰고 온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성공과 달리, 경영권 위기를 몰고 왔던 1997년으로 돌아간 대한항공의 잘못된 위기대응 방식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재벌가 3세의 각기 다른 행보에도 사회의 시각이 엇갈리며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 '땅콩 리턴'과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대한항공은 사건이 처음 보도된 이후, 8일이 돼서야 뒤늦게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기내 서비스를 책임진 임원으로, 조 전 부사장의 문제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한 '사과문'은 더 큰 비판을 불러왔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사과문 내용에 대한 반대 의견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무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당시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로 지난 2월 10명의 사망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코오롱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사고수습에 나서 기업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2월17일 밤 사고가 난 직후 보고를 받고 사고 현장으로 곧바로 달려갔다. 이 회장이 다음날 경주로 갈 것으로 예상했던 코오롱 임직원들도 이러한 빠른 결단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또 대한항공은 사과문 발표 후의 대응도 코오롱과 비교된다.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9일 조 전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이런 조치도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에서만 손을 떼고 대한항공 부사장직과 등기이사 자리는 그대로 유지해 '무늬만 사퇴'라는 논란에 시달렸다. 진정한 반성없이 여론이 시끄러우니 잠시 떠난 이후, 잠잠해지면 다시 복귀하겠다는 '보직사퇴'에 대해 사회 여론의 거센 비판만이 쏟아졌다.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조 전 부사장은 결국 부사장직을 포함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이웅렬 회장은 사고 다음날 오전 "깊이 사죄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고수습에 만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회장이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재까지 출연하는 등 코오롱은 이후 희생자 유족과 보상 협의에도 별다른 마찰없이 신속하게 보상을 마무리했다.

지난 1997년 225명이 사망한 괌 추락사고 2년만에 상하이공항 추락사고로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퇴진하고, 조양호 당시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 대외업무만 수행했던 전력이 있음에도 대한항공측이 보인 위기관리 대응방식은 대기업이라는 말이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조현아 전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사진 왼쪽부터)



◆ 재벌 3세의 '슈퍼 갑질'과 '노블리스 오블리제'

이번 '땅콩 리턴' 사태로 사회 지도층 인사와 재벌가 3세들의 '슈퍼 갑질'이 새롭게 되새김되고 있다.

출발을 앞둔 항공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쫓아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경우 이미 원정 출산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미국 하와이 원정출산 의혹과 관련해 악성 댓글을 남긴 네티즌 3명을 고소했다.

또 '슈퍼 갑질' 사태로 부사장직을 이어받은 조 전 부사장의 남동생 조원태 부사장은 2005년 난폭 운전으로 시비를 벌이다 손주로 추정되는 아기를 안고 있던 70대 할머니를 밀쳐 입건됐고, 2년 전 인하대 운영과 관련해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폭언을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진가의 막내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 승무원의 유니폼이 짧아 민망하다'는 트위터 글에 명예훼손을 거론해 비판을 받았고, 최근 한 방송에서 당시 회사 '전무' 발령과 관련해 "나 낙하산 인사 맞다. 실력으로 인정받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반해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보인 재벌 3세도 있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일명 '이부진 택시기사' 사건으로 한동안 누리꾼들의 칭찬 릴레이로 온라인을 뜨겁게 만든 바 있다 .

'이부진 택시기사' 사건은 지난 3월 이부진 사장이 호텔 회전문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80대 택시기사에 호의를 베푼 내용이다. 당시 택시기사 홍 모 씨(82)가 낸 이 사고로 호텔 직원과 투숙객 등 4명이 다쳤고, 약 5억원의 피해가 났다. 홍 씨는 책임보험금 5000만원을 제외하고도 약 4억원 이상의 금액을 변상해야 했다.

이부진 사장은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에게 "그의 집을 방문해 보고 상황이 어떤지 알아봐 달라"고 말했고, 조사 결과 홍 씨는 낡은 반지하 빌라에 홀로 거주하고 있었으며 변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이부진 사장은 피해를 사측이 해결하기로 하고 홍 씨를 상대로 한 4억원 변상 신청을 취소했다. 이를 통해 삼성그룹 이미지 상승은 물론 재벌가 자제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을 누그러뜨린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씨가 지난 9월 재벌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해군에 자원입대해 장교로 임관하면서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박수를 받았다. 군 면제를 위해 국적포기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일부 사회 지도층 자녀들과 달리, 특권 의식을 버리고 여성임에도 군에 자원 입대한 사실로 사회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SK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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