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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주저하지 말고 불태우자



지난달 막을 내린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10회를 맞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행사의 내용도 초창기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성숙해졌다고 말하지 못해 안타깝다. 하지만 2014년에 내건 '터전을 불태우라'는 주제만큼은 눈에 띄었다. 행사장을 돌다 보면 자칫 이 주제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은유처럼 읽히지만, 문득 세계적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인류사적으로 더 원대하고 숭고한 의미가 담긴 주제란 걸 알 수 있다. 삶의 터전을 불태우라고 외치는 것은 '죽자'가 아니라 '살자'다. 수명을 다하면 재가 됐다가 부활하는 불사조처럼 우리네 삶도 이제까지 만들어진 가치가 소진되면 기꺼이 불태우고 그 재를 자양분 삼아 새로운 가치의 싹을 틔워야 한다.

최근 개봉한 '국제시장'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대접받지 못했지만, 시대의 화염에 영혼과 육체를 기꺼이 불태웠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불사조를 동네 까마귀로 취급했던 사회의 몰인정에 짠하기 이를 데 없다. 당신들이 가장 빈번하게 들었던 말, 가슴을 후벼 팠던 송곳의 말은 '누가 그러라고 했어'일 것이다. 그랬다. 아무도 스스로를 태워 가족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주변을 밝히라고 한 적 없었다. 그저 스스로 그래야만 한다는 걸, 그렇게 삶을 소비자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믿었을 뿐이었다. 그 믿음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현재의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당신들의 재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2001년 CEO 채용 인터뷰에서 "나는 매년 버닝맨 페스티벌에 참가한다"고 말한 덕분에 지금에 이르렀다. 매년 9월이면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서 열리는 이 행사는 5만여 명의 사람이 참가한다. 참가자들은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축제를 즐기는데 물과 커피를 제외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한다. 마지막 날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목조물과 함께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며 끝낸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말한다. 일주일 동안 아낌없이 태워야 1년을 살 수 있다고. 네바다 사막은 1986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태양보다 더 뜨거운 불길로 채워졌었다.

주저하지 말고 불태우자.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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