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락한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항공주와 해운주가 모처럼 반등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을 감산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유가 약세 수혜주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켰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6% 가까이 상승했고 아시아나항공은 11% 넘게 급등했다.
저비용항공(LCC) 관련주인 티웨이홀딩스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AK홀딩스는 3% 넘는 오름세로 닷새 연속 상승 행진을 이었다.
AK홀딩스의 경우, 지주사로 있는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의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 등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또 다른 호재로 작용했다.
해운주도 들썩였다. 한진해운과 한진칼이 각각 9%, 6%대 올랐고 대한해운도 5% 이상 상승했다.
지난달 2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66.15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7.54달러(10.2%) 급락했다.
이는 지난 6월 배럴당 107달러까지 올랐던 것에 비교하면 38%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2009년 9월 25일 이후 최저치다.
시장에서는 OPEC이 미국의 셰일가스 증산에 대항해 현 생산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키로 하면서 당분간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엠투자증권은 세계 성장률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OPEC의 이번 조치로 공급이 늘면서 유가가 하락하리란 전망을 내놨다.
과거 1985~1986년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증산으로 유가가 3분의1 수준으로 급락한 전례를 제시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가격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유가가 계속 낮은 상황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은 이들 업종에 실적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연 평균 항공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질 때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이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6.9%, 9.2%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해운업종도 유가하락으로 인한 비용 감소로 이익 증가 기대감이 있다.
다만 앞으로 항공·해운주에 대한 접근은 기업 펀더멘탈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해운업종의 실적이 유가 하락을 반영해 개선될 수 있겠지만 운임 등은 공급과잉으로 썩 좋지 않다"며 "재무구조 개선 등 구조적으로 상황이 나아지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고유가시대가 끝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지만 연초만 해도 이런 유가 전망을 아무도 하지 못했다"며 "유가나 환율 예측의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내년 이런 변수를 빼고서도 펀더멘탈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 위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