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 도서관에 새로운 이용객이 생겼다. 바로 갈 곳 없는 노숙자와 폐지 줍는 노인이다.
매일 오전 8시 항저우 도서관 앞에는 마대자루를 걸치고 있거나 남루한 모습으로 음료수병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도서관 문이 열리면 이들은 잡동사니를 밖에 두고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도서관에서는 이들의 출입뿐만 아니라 짐을 들고 들어가는 것도 허용하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짐을 밖에 둔다. 또 책을 읽기 전에는 꼭 손을 씻는다.
노숙자들은 문 닫는 시간까지 도서관을 떠나지 않는다. 자유롭게 독서를 하고 무료 영화와 인터넷 서핑도 즐긴다. 뜨거운 물도 마음껏 쓴다. 노숙자들에게 독서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이들에게 도서관은 세계를 이해하고 정서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이다. 이 창을 제공한 항저우 도서관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도서관'으로 불린는 이유다.
량량 부관장은 "항저우 도서관은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의 회원으로서 공공도서관은 민족, 연령, 신분에 차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노숙자들이 문화를 누릴 권리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도서관 개방 취지를 밝혔다.
물론 노숙자들의 이용에 따른 문제도 발생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노숙자들에게 나는 냄새에 불만을 표했다.
량량 부관장은 이에 대해 "불편하면 자리를 옮기면 된다. 노숙자들을 내쫓을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따뜻하다는 찬사는 더 잘하라는 채찍이 됐다. 돋보기 대여, 장애인 책 배송, 맹인 영화 서비스 등 더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저우 도서관은 면적 중 90%를 이용객에게 개방한다. 전 세계에서 개방률이 가장 높은 공공도서관이다. 매년 이용객수는 300만 명이 넘는다.
/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