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개인 재산이 34년된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 한 대인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지만 나라 살림을 살찌워 국민을 챙기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내년 2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를 최근 메트로 페루가 만났다.
-지난 5년 간 우루과이 살림을 정리해 본다면.
먼저 빈곤률을 대폭 낮췄다. 10년 전에는 30%에 육박하던 빈곤율이 지금은 11% 정도다. 극빈층의 비율도 0.5%로 줄었다. 우루과이 국민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000 달러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10년 전 22%에서 현재는 5% 안팎이다.
-재임기간 업적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시골 지역의 노동 환경 문제다. '1일 8시간' 근로기준법을 적용했다. 농업·목축 국가인 우루과이에서 농부 등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사회 정의와 직결돼 있다. 가장 중요하지만 잊혀져 왔던 분야에서 성과가 있어 기쁘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각국에서 워낙 민감한 이슈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루과이 국민을 마약밀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루과이는 중남미에서 가장 개방적인 국가다. 이유가 뭔가.
가장 세속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처럼 종교의 압박을 크게 받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진보적인 정권이 많았다는 점도 이유다. 여성 참정권 부여, 주류 판매 정부 관리 등 파격적인 정책이 지금의 우루과이를 만들었다.
-재임 중 낙태 합법화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했나.
낙태 자체에 찬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생명을 없애고 싶겠나. 다만 우리는 경제적인 문제를 비롯해 여러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우루과이를 국제 무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말하곤 하더라. 하지만 그건 봉건주의적 시각이다. 한 사람의 힘으로 국가를 바꿀 수는 없다.
-게릴라로 활동하던 시절 4㎡짜리 독방에 갇혔었다.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상상한 적 있나.
꿈도 꿔본 적 없다.
-인생관이 있다면.
인생의 짐을 가볍게 하는 것.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면 부질없는 것에 삶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무소유와 희생을 통해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삶. 진정으로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애정이다. 길을 걸으면 사람들이 나를 '페페'(호세의 애칭)라고 부르며 반긴다.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셍고 페레스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