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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또 하나의 백년지대계



세간에 전해지는 3대 거짓말은 노인이 말하는 '늙으면 죽어야지', 노처녀가 읊조리는 '시집 안 간다', 장사꾼이 내뱉는 '밑지고 판다'는 선언(?)이다. 3대 거짓말의 잣대는 거짓의 크기가 아니라 말의 빈도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듣게 되는 말이지만 말에 뒤따르는 결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세상살이에 대한 인지상정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늙으면 죽어야지'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어감에서 전해오듯 삶에 대한 회한, 즉 나이가 많아져 몸이 노화되고 생각이 불안정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삶의 정서에 대한 한탄인 셈이다. 두 번째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서라도 짐이 되지 않겠다는, 존재로서 갖는 고귀함을 지키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첫 번째 해석을 정답으로 여긴다.

인터넷 시인 하상욱은 '모태솔로'를 '해박한 지식, 풍부한 이론'이라 서술했다. '노처녀=모태솔로'가 됐고, '시집 안 간다=골드 미스 되기'가 됐다. '시집 안 간다'는 말을 거짓말로 듣거나, 그냥 하는 말로 듣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연히 그럴 수 있고, 그럴 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해박한 지식, 풍부한 이론'이란 문구가 '시집 안 간다'와 중첩돼 읽힌다는 것이다. 의지와 판단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소신과 정체성의 확립에서도 마찬가지다.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 중 하나가 '세일'이다. 값을 깎아 준다는 'D.C(디스카운트)'로 통용되는 이 말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특효약이다. 그렇지만 이 말이 '밑지고 판다'와 동의어는 아니다. '점포정리' '눈물세일' 등의 전단도 다르지 않다. 밑지고 파는 시늉이 있을 뿐이란 걸 모두가 안다. 궁금한 건 장사꾼은 왜 정가를 두고 밑지고 팔기를 멈추지 않느냐는 점이다. 어쩌면 정가가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형성된 균형가격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상품에 매겨진 값일 뿐이니까.

3대 거짓말 중 '우리'가 청산시킬 수 있는 게 있다면 '밑지고 판다'는 말 아닐까 싶다. 적절한 정가를 매기고, 정가에 대한 지불을 인정하는 시장을 만드는 일은 교육에 필적하는 또 하나의 백년지대계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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