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이모(27)씨는 최근 대기업 하반기 공채에 합격했다. 영문과 출신으로 이공계 비율 80%가 넘는 전자 계열사에 합격한 비결은 인턴십이었다. 이 회사는 대학 졸업예정자 인턴십을 거친 지원자에게 공채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면제한다. 인턴십은 방학을 이용해 진행된다. 이씨는 "인턴 출신은 공채에서 최종 면접만 준비하면 되니까 합격률이 높다"며 "대학생 인턴 경쟁률과 필기시험 수준도 정기 공채보다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4학년 1학기 대학생들은 인턴십에 사활을 건다"고 말했다.
인턴십이 새로운 채용 트렌드로 떠올랐다. 스펙보다 직무 역량을 강조하는 채용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입사전제형 인턴십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17일 사람인이 기업 152개사를 대상으로 '신입 채용과 인턴십'에 대해 설문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이(42.1%) 공채 대신 인턴과정을 거쳐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었다. 인기 직장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인턴사원부터 시작해 한단계씩 정착해가는 모습과 비슷하다.
기업들은 정규직으로 채용하려는 인원의 평균 2배수를 인턴으로 충원하고 있었다. 설문 참여 기업의 43.8%는 '인턴을 정규직으로 그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률이 계획보다 많다는 응답도 18.8%나 됐다. 인턴십에 참여한 구직자의 62.6%는 안정적으로 정규직 채용이 되는 셈이다.
기업이 인턴 출신을 채용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능력의 입증'(62.5%·복수응답) 때문이었다. 이어 '조직문화와 맞는지 검증 가능'(35.9%), '조기 퇴사로 인한 손해 방지'(31.3%), '충분한 업무 교육 가능'(20.3%), '채용관련 비용 절감'(20.3%) 등이 거론됐다.
지원 기업이 아니더라도 동종 업계 인턴 경험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
유명 게임회사 파티게임즈 해외사업부에 합격한 정재원(26)씨는 타사 인턴 출신이었다. 정씨는 "다른 게임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지만 현재 직장에 좋은 성적으로 취업했다. 관심있는 업계와 직군에 대한 경험을 쌓은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며 "인턴십은 취업과 별개로 내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맹목적으로 학점과 영어 점수를 올릴 시간에 일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된 경험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잡코리아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종 합격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지원자의 실무 경험'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창호 잡코리아 사업본부장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시 업무 전문성을 평가하는 경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직종과 직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구직자들이 회사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조기 퇴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기업들은 실무에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구직자들은 목표 기업이나 직무를 설정한 후 그에 맞는 경험과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