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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시장의 중재자



A회장은 부동산개발사업만 20년 이상 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도 배우고 익힌 게 개발사업뿐이라 멈추지 않았다. 5년 넘게 공을 들인 야심작은 투자자·은행·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차례로 꺾이면서 표류했다. 포기하려던 순간 구제주가 나타났다. 그가 보유한 대지를 몇 배의 값을 쳐줄 테니 넘기라는 중국사업가였다. 그의 야심작은 조 단위 사업이었지만, 그의 몫은 백 억 원도 못 미쳤다. 세 배 이상의 값을 지불하겠다는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돈을 손에 쥐는 순간에 주저한 건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었다.

B팀장은 명동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 글로벌 브랜드를 입점 시키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었다. 국내 최고의 백화점에 매장을 개설하고, 2015년에는 전국 주요 도시로 영역을 넓힐 생각에 취해 관심 있는 층을 돌았다. 동선을 따라 삼십 분쯤 돌았을 때 깨달았다. 한국어를 듣지 못한 것을. 층 전체에 적지 않은 고객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그들은 면세점 쇼핑을 마쳤는지 'Duty Free'가 새겨진 봉투를 양손 가득 든 채였다. 얼굴을 붕대로 칭칭 감은 성형 관광객도 넘쳤다. 지인이 조언했다. 매장 개설해서 운영하지 말고 팔라고.

브로커의 시대라 할만하다. 관광가이드는 밥 굶기 딱 좋은 직업이다. 관광브로커는 준재벌이 되는 지름길이다. 개인파산자는 숫자를 세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헤아리는 속도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빠를 정도다. 법률브로커는 변호사보다 많은 돈을 챙긴다. 의료브로커는 거대하다. 의사를 고용해서 병원을 운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속칭 금융브로커는 개인사업자 사이에서 공포의 존재다. 당장 현금을 돌릴 수 있게 해주지만, 회수는 잔인하다. 더 많은 세금과 더 많은 인재가 쌓이는데 사회는 브로커를 통해야만 하는 요지경이다. 부동산 개발, 패션 매장에도 브로커 명함이 돌아다닌다.

세상은 혼자 살기 어렵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렇게 엮이고 둘러싸이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 안에서 빠른 길은 없다. 그렇게 보이는 길이 있을 뿐이다. 편리한 선택은 없다. 편리하다고 믿는 오만함에 불과하다. 브로커는 유효하다. 다만 유효함의 크기가 부당이나 불법의 규모보다 미미한 건 안 된다. 이 어려운 시장의 중재자는 어디에 있는 걸까. 브로커가 스스로를 중재자로 선언하고, 당당한 얼굴로 우리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돈 버는 게 장땡'이라는 욕심 말고,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돼'라는 자부심으로.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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