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호랑이 세 마리를 직접 방생했다. 이 중 푸틴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이 많을 정도로 사랑을 받았던 호랑이 ‘쿠즈야’가 최근 국경을 넘어 중국 헤이룽장성으로 넘어와 뜻하지 않게 ‘외교 사절’이 됐다.
생후 23개월된 쿠즈야의 목에는 위치추적장치가 걸려있다. 하지만 중국 동북 지역은 삼림이 무성해 샤오싱안(小興安)령 지역으로 들어갔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쿠즈야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
러시아 일간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 호랑이가 우수리(烏蘇里)강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간 적은 종종 있어도 헤이룽강을 넘어 간 호랑이는 쿠즈야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은 중국 주민들이 이 호랑이가 ‘대통령 호랑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호랑이를 살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소식을 접한 러시아 네티즌들은 “불쌍한 쿠즈야, 곧 카페트가 되겠지” “중국에서 약재로 쓰이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의 호랑이 보호 기관 책임자는 “중국 동료들이 국제 협력의 틀에서 쿠즈야를 지켜주길 바란다”며 협력을 요청했다.
항저우동물원의 야생동물전문가 장즈는 이와 관련, “이 호랑이가 사람에게 살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호랑이를 사냥하면 10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진다”고 말했다.
동북임업대학 야생동물자원학과의 장웨이 교수는 “러시아 야생 동물이 중국으로 넘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지역의 생태보호가 잘 되고 있고 사람들의 활동이 적기 때문”이라며 “중국 정부가 법적으로 사냥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중러 우호 관계를 위해 이 호랑이를 잘 ‘접대’하기로 결정했다. 타이핑거우(太平沟)자연보호구 관계자는 “쿠즈야가 타이핑거우자연보호구에 숨을 가능 성이 크다. 2만 헥타르(ha)가 넘는 이 지역은 다양한 종류의 야생 동물이 살고 있어 먹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경우 먹이로 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