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험 볼 때 합격을 기원하며 엿이나 찹쌀떡을 먹는다. 엿과 찹쌀떡 모두 끈적끈적 잘 달라붙으니 그 성질처럼 철썩 붙으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보다 깊은 뜻이 있다. 엿은 기쁨을 상징하는 음식(飴)이니 합격의 기쁨을 맛보라는 의미이고, 찹쌀떡(大福餠)은 합격의 복을 누리라는 뜻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으며 합격을 소원할까? 일본의 경우, 우리처럼 엿이나 찹쌀떡을 먹지만 돈가스를 먹기도 한다. 돈가스를 먹으면 시험에 통과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유는 돈가스라는 이름 속에 합격의 소원을 이뤄줄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돈가스는 돼지 돈(豚)과 커틀릿(Cutlet)의 일본식 발음인 가스의 합성어다. 그런데 승리하다라고 할 때의 이길 승(勝)자도 일본말로 가스(かつ)라고 읽는다. 돈가스의 '가스'와 이긴다고 할 때의 '가스'가 발음이 같다. 그러니 시험 보는 날 돈가스를 먹으면 시험지와 싸워 이길 수 있으니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가스에 합격의 소원을 담게 된 이유다.
곁들여 먹으면 좋은 음식도 있다. 바로 스테이크다. 돈가스와 스테이크를 함께 먹으면서 반드시 합격, 내지는 승리하겠다는 필승의 의지를 다짐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 역시 재미있다.
스테이크(Steak)는 일본말로 스데키(ステキ)다. 줄여서 데키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물리쳐야 할 상대편인 적(敵)도 일본말로 데키(テキ)다. 때문에 돈가스와 스테이크를 함께 먹으면 적을 물리쳐서 승리한다는 의미가 된다.
원래는 운동선수들이 시합을 앞두고 회식할 때 필승을 다짐하며 상대편을 물리치고 승리하겠다는 뜻에서 돈가스와 스테이크를 먹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시험지를 적으로 삼아 싸우는 수험생 역시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의지로 돈가스와 스테이크를 먹게 됐다는 것이다. 얼핏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어느 나라나 합격 기원 음식에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