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전격 타결됨에 따라 위안화 관련 금융 상품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시중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1~2%대로 내려간 가운데 연3%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위안화 예금과 대출, 파생상품등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역외 위안화(CNH)를 기준금리로 삼은 '글로벌 위안화 예금 패키지'를 내놨다.
입출식 통장과 자유적립식, 회전식 정기예금으로 구성된 이 상품은 우대금리 포함시 연 3.07%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이달 안에 외환은행과 손잡고 4억위안 한도의 정기예금을 6개월과 1년 만기로 특별 판매할 계획이다. 이 상품에 6개월과 1년을 맡길 경우 각각 연 3%, 3.1% 금리가 적용된다.
일반 시중은행에서 6개월짜리 원화 정기예금에 최저 1% 중후반대의 금리를 준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2배 가까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안에 위안화 예금과 위안화 외화 대출을 도입할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역시 위안화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도 있다.
지난 9일 해외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6000만위안 규모의 위안화 대출한도를 제공한 외환은행은 최근 위안화 전용 대출상품인 '글로벌(Global)위안화대출'을 출시했다.
위안화 무역결제와 대중국 직접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나온 이 상품은 '수입결제자금대출'과 중국지역 직접투자를 추진하는 기업에게 장기대출을 지원하는 '해외투자자금대출'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외환은행은 중국으로부터 플랜트장비 등을 수입할 때 필요한 위안화 수입L/C 개설한도와 함께 수입대금 결제 지원을 위한 위안화 대출을 제공하게 된다.
한백규 외환은행 기업상품부장은 "앞으로 기업의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 확대 등 위안화 거래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변화와 고객수요를 적극 반영한 다양한 위안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위안화 시장 확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 가운데 중국 위안화 비중은 지난 10월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거주자의 위안화 예금은 217억달러(약 22조9000억원)로, 지난달 같은기간보다 13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위안화 예금 비중도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0%를 넘어섰으며 올해 6월 20%, 9월에 30%를 각각 돌파했다.
한편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을 내년 2배 이상으로 늘릴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주요 은행들은 최근 회의를 열고 위안화 결제 확대 목표치를 점검하는 한편 관련 상품 출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원화와 위안화로 주고받는 무역결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20%로 높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중 교역량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288억달러 가운데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FTA 체결로 위안화 시장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 역시 2~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한·중 FTA로 중국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개방도가 높아져 국내 금융기관들의 현지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FTA로 국내 금융회사가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다만 국내 개인 투자자의 경우 예금 등의 가입시 환리스크로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