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특수강, 광양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 등의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며 권오준 회장의 포스코 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최대 과제로 꼽았지만, 내부의 반대조차 극복하지 못한 권오준號가 난파위험에 빠졌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포스코처럼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한 KT가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내부 구성원의 반발없이 조용하게 경영정상화가 이뤄진 것과 대비돼 권 회장의 경영능력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8월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 인수·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당초 지난달까지 현장 실사를 완료하고 올해 안에 매각 절차를 끝내겠다는 합의안을 내놨다. 그러나 10일 현재까지 세아베스틸은 현장실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포스코특수강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의 매각 반대다. 포스코특수강 매각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포스코가 세아 측의 재무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의 지분과 일부 건물·토지는 제외하고 매각에 합의했다"며 "헐값에 포스코특수강을 내주려 한다"고 비난했다.
비대위는 또 고용승계와 더불어 5년간 고용유지, 그리고 매각대금의 10%를 위로금으로 달라고 주장하며 지난 5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고 회사 측을 압박했다.
인수 주최인 세아베스틸은 이 같은 상황이 난감하다. 기아특수강을 인수하며 탄생한 세아베스틸은 기아특수강 인수 당시 직원들을 100% 고용승계 했다. 이번 포스코특수강 인수에서도 고용승계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 하지만 비대위가 요구하는 10% 위로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0% 위로금을 세아베스틸이 책임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포스코와 노조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포스코 구조조정의 또 다른 핵심인 광양제철소 내 LNG 터미널·포스화인·포스코우루과이 매각 작업도 더디다. 여기에 2012년부터 광고대행 자회사 '포레카' 매각 약속 이행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결국 권 회장 취임 후 7개월간 포스코가 이뤄놓은 구조조정은 최근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 소유의 백화점 2곳, 포스코 건설의 베트남 백화점 1곳, SK텔레콤 보유 지분 전량 매각이 전부인 셈이다.
특히 포스코는 권 회장 취임 이후 부채비율이 더 심각해졌다. 올해 3분기 차입금 규모가 27조726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5조5850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82.7%)보다 5% 포인트 이상 증가한 86.8%를 기록했다.
구조조정에 집중하면서 신규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을 줄여 자체 경쟁력도 크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포스코의 투자비는 지난해 8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6조2000억원으로 줄었고, 2016년에는 2조9000억원까지 줄일 계획이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평사들은 이미 포스코 신용등급을 'A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낮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특수강 등 매각이 지진부진해지며 올해 말 포스코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매각을 진두지휘한 권오준 회장의 경영에 흠집으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