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성노조의 비효율적 경영을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원을 강행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번에는 무상급식 포퓰리즘과의 전쟁에 나섰다.
경남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자 홍 지사는 지난 3일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는 원칙에 따라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무상급식 지원 예산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경남도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월권 행위"라고 거부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표면적으로 예산 감사를 둘러싼 감정 싸움이 발단이 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보수 지자체장과 진보 교육감의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나 다름없다.
앞서 도는 이달 3일부터 28일까지 3개 감사반 12명을 투입해 도내 9개 시·군의 초등학교(40개), 중학교(30개), 고교(20개) 등 90개 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비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특정 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 지사는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4년 동안 무상급식비 보조금 3040억원(도와 시·군)의 막대한 세금을 지원받고도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무상급식비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초강수를 뒀다.
이어 "교육청이 독립된 기관이라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예산도 독립해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이번 결정으로 당장 내년도 경남지역 무상급식 정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교육청은 무상급식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손을 벌려선 안된다"며 최근 지방 재정 악화의 한 원인으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꼽았다.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2010년에 지원한 무상급식비는 785억원이었지만 올해는 무려 1조573억원을 부담, 4년 새 13배 이상 급증해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홍 지사는 지적했다.
특히 전국 244개 기초 지자체의 32%인 78개 시·군·구는 자체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면서 막대한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는 등 무상 열풍이 지방 정부를 재정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에도 함안군을 제외한 9개 군이 재정 사정이 나빠 무상급식 보조금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국의 무상급식 재정 부담은 2010년 4845억원에서 2013년 1조4497억원으로 3배로 늘었지만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은 2010년 4조2193억원에서 지난해 2조8238억원으로 33%나 감소,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교육 예산 우선 순위와 배정 재조정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홍 지사는 무상급식 보조금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 서민과 소외 계층을 위한 독자적인 교육비 지원 사업을 펼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직접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계획한 무상급식 보조금 감사는 결코 중단할 수 없다"며 "교육청이 입장을 바꿔 감사를 받겠다고 하더라도 예산 지원을 전제로 한 감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에는 반드시 결산과 감사가 따른다는 것은 현대 행정 국가의 기본 원칙"이라며 "연간 수백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민간단체도 예외 없이 감사를 받는데 하물며 4년간 3040억원의 막대한 도민 세금을 지원받고도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도민과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홍 지사의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 선언에 대해 교육청은 "도와 시·군이 내년에 804억원의 보조금 전액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21만9000명의 학생이 무상급식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며 "지원 중단으로 수많은 학생이 도시락을 싸거나 급식비를 내야 하는 등 지난 7년간 시행한 학교 급식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하겠다고 밝히자 진보진영에선 "애들 밥그릇 가지고 장난한다"는 비난이 연일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보좌파들의 논리"라며 "지금도 차상위 계층 130%는 급식비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비 지원을 국비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고가 고갈되어가고 지방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는데 표만 의식하는 진보좌파들의 보편적 복지, 무상 파티에 더 이상 동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지사가 적극 반박하고 나선 것은 현행 무상급식 정책을 반드시 손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내 기초단체들이 경남도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적으로 무상복지에 대한 의제가 도미노 현상처럼 쟁점이 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