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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시민발언대의 이면



요즘 새 서울시청사인 서울시민청 지하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이 나무로 만든 연단에 올라가 10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 건데,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젊은이에서부터 학교 선생님에게 그 동안 아쉬웠던 점을 쏟아내는 학생까지 연령도 내용도 다양하다.

뉴타운사업 진행이 중단되면서 곤란에 빠진 경제 사정을 하소연하는 시민과 통학로에 불법 주차한 차들이 많아 불편을 겪는 학생까지 사회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2년 1월부터 청계광장에서 '할 말 있어요'라는 이름의 자유로운 발언대 사업을 시작한 이래 이듬해 1월부터는 새 서울시청사 지하에 있는 시민청으로 옮겨 계속하고 있는 일명 '시민발언대'의 풍경이다.

언뜻 보면 주제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의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와 비슷한 모습이다. 실제로 타인에 대한 비방이나 욕설, 명예훼손, 정치적인 발언을 제외하면 그 어떤 주제라도 말할 수 있는데, 그 중 시정과 관련한 의견들은 담당부서로 전달해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니 모든 제안이나 주장을 시정에 반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기 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 사실 시민발언대는 이름만 다를 뿐 이전에도 존재했다.

조선시대에만 해도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주장관이나 관찰사에게 상소를 올릴 수 있었고, 그래도 억울하면 사헌부에 고할 수 있었다. 그 뒤에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신문고를 두드리거나 왕이 행차할 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라는 별도의 고충처리기구를 비롯해 '국민신문고'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그리고 기업들은 나름의 소비자 상담실을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직접적인 민원이나 의견 개진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의견 수렴 구조가 얼마나 막혀 있는지, 그리고 '사회의 감시견'인 언론이 얼마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서울시민청 지하를 비롯해 서울시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찾아가는 시민발언대'의 이면에는 언로가 막힌 우리 사회의 현실이 숨어 있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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