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1만 4,000종의 버섯이 있다. 대부분 독버섯이고 식용은 100가지 남짓으로 우리는 그중 20여종을 먹는다. 버섯 중에는 어느 버섯이 제일 맛있을까?
같은 버섯도 나라와 민족에 따라 선호도가 확 달라지는데 우리와 일본은 예전부터 단연 송이버섯이다. 고려 때 시인 이규보는 신선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송이버섯을 먹는 것이라고 노래할 정도로 송이 사랑이 지극했다. 그렇지 않아도 조상들은 송이를 하늘의 식품, 신선의 음식으로 여겼으니 송이가 자라는 곳은 시집간 딸에게도 안 가르쳐준다고 했을 정도다.
우리에게는 향긋한 송이버섯 향기가 서양인에게는 또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심지어 군인 양말 냄새가 난다고 했을 정도니 송이버섯의 옛 라틴어 학명이 악취 나는 버섯이라는 뜻이었다.
중국인은 송이보다 표고버섯을 최고로 여긴다. 중국어로 표고버섯(香?)이 아예 버섯을 뜻하는 보통 명사다. 표고를 버섯의 황후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황제는 어떤 버섯일까? 따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진시황이 먹었다는 영지버섯이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 진시황은 영원히 살겠다며 서복(徐福)을 시켜 불로초를 구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불로초를 못 구한 서복이 빈손으로 돌아갔을 리가 없다. 대신 신선이 먹는 음식이라며 가져 간 것이 영지버섯이다.
서양에는 진짜 황제버섯이 있다. 로마황제가 좋아했다고 해서 황제를 뜻하는 카이사르 버섯인데 우리한테는 계란버섯으로도 알려져 있다. 네로의 양아버지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먹고 신이 됐다는 버섯이지만 실상은 네로와 어머니가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으로 독살해 놓고 죽은 것이 아니라 신이 됐다고 우겼다.
하지만 서양인에서 진짜 귀하게 여기는 버섯은 송로버섯(Truffle)이다. 푸아그라, 캐비아와 함께 유럽의 3대 진미로 꼽힌다.
지역마다 좋아하는 버섯이 다 다른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버섯 먹으면 신이 된다는 것이다.
/음식문화평론가